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무대에서 더마 드로잔(32)의 맹활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카고 불스에 영입될 때만 해도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를 비웃듯 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기존 에이스 잭 라빈과도 훌륭하게 공존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불스는 3일(현지시간) 홈구장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올랜도 매직을 상대로 접전 끝에 102대 98 승리했다. 드로잔은 29득점으로 양 팀을 통틀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27점을 넣은 동료 라빈과 함께 시카고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는 접전이었다. 1~3쿼터 양 팀이 번갈아 우위를 점했고 4쿼터에도 종반까지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불스는 경기 약 4분을 남기고 라빈이 3점슛, 드로잔이 중거리슛을 연달아 터뜨리며 상대를 8점차로 앞서갔지만 올랜도는 경기 종료 12.1초를 남기고 다시 2점차로 쫓아왔다. 드로잔은 막판 연달아 자유투를 얻어내며 4개 중 2개를 성공, 점수를 4점차로 벌리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드로잔은 처음 불스에 영입될 때만 해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를 3년 계약으로 데려오는 데 들어간 돈만 8200만 달러(980억원) 규모다. 이전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스코어러로 통했지만 팀은 지난 시즌 서부 콘퍼런스 10위로 플레이인토너먼트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플레이인토너먼트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실망스런 활약으로 팀 탈락의 원흉이 됐다.
그가 이적할 당시 디애슬레틱은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head-scratcher)’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ESPN도 불스의 영입 결정이 어린 선수단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ill-fitting)’고 비판했다. 30대인 드로잔의 나이와 리그 최정상이라고 부르기는 의심스러운 기량을 문제삼은 지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불스가 치른 31경기에서 드로잔은 평균 26.8득점을 넣으며 리그 MVP급 활약 중이다. 야투성공률은 49.5%, 3점성공률은 37.73%다. 리바운드가 평균 5.1개, 어시스트는 4.6개로 만능에 가깝다. 역시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라빈, 론조 볼과 플레이메이킹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탔다.
드로잔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인디애나 페이스서전과 올해 첫 경기인 지난 1일 워싱턴 위저즈전에서는 연속 결승 3점 버저비터라는 NBA 최초 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시즌 경기 마지막 5분 동안 5점 차 이내 상황에서 67득점, 슛 성공률 55.6%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승부사다운 면모를 과시한 그의 활약에 힘입어 불스는 동부 콘퍼런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드로잔을 업은 불스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 당시 팀 주요전력이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순탄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론조 볼이 최근 돌아왔고 알렉스 카루소까지 팀에 재합류할 전망이다. 수준급 스코어러인 기존 멤버 코비 화이트도 코트로 돌아오면서 시카고의 팀 전력은 지금보다도 더 무서워질 수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