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후보’ 예상 비웃은 화려한 부활…드로잔의 ‘시카고 전성시대’

입력 2022-01-04 17:33
AP연합뉴스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무대에서 더마 드로잔(32)의 맹활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카고 불스에 영입될 때만 해도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를 비웃듯 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기존 에이스 잭 라빈과도 훌륭하게 공존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불스는 3일(현지시간) 홈구장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올랜도 매직을 상대로 접전 끝에 102대 98 승리했다. 드로잔은 29득점으로 양 팀을 통틀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27점을 넣은 동료 라빈과 함께 시카고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는 접전이었다. 1~3쿼터 양 팀이 번갈아 우위를 점했고 4쿼터에도 종반까지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불스는 경기 약 4분을 남기고 라빈이 3점슛, 드로잔이 중거리슛을 연달아 터뜨리며 상대를 8점차로 앞서갔지만 올랜도는 경기 종료 12.1초를 남기고 다시 2점차로 쫓아왔다. 드로잔은 막판 연달아 자유투를 얻어내며 4개 중 2개를 성공, 점수를 4점차로 벌리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드로잔은 처음 불스에 영입될 때만 해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를 3년 계약으로 데려오는 데 들어간 돈만 8200만 달러(980억원) 규모다. 이전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스코어러로 통했지만 팀은 지난 시즌 서부 콘퍼런스 10위로 플레이인토너먼트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플레이인토너먼트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실망스런 활약으로 팀 탈락의 원흉이 됐다.

그가 이적할 당시 디애슬레틱은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head-scratcher)’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ESPN도 불스의 영입 결정이 어린 선수단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ill-fitting)’고 비판했다. 30대인 드로잔의 나이와 리그 최정상이라고 부르기는 의심스러운 기량을 문제삼은 지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불스가 치른 31경기에서 드로잔은 평균 26.8득점을 넣으며 리그 MVP급 활약 중이다. 야투성공률은 49.5%, 3점성공률은 37.73%다. 리바운드가 평균 5.1개, 어시스트는 4.6개로 만능에 가깝다. 역시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는 라빈, 론조 볼과 플레이메이킹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탔다.

드로잔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인디애나 페이스서전과 올해 첫 경기인 지난 1일 워싱턴 위저즈전에서는 연속 결승 3점 버저비터라는 NBA 최초 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시즌 경기 마지막 5분 동안 5점 차 이내 상황에서 67득점, 슛 성공률 55.6%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승부사다운 면모를 과시한 그의 활약에 힘입어 불스는 동부 콘퍼런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드로잔을 업은 불스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 당시 팀 주요전력이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순탄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론조 볼이 최근 돌아왔고 알렉스 카루소까지 팀에 재합류할 전망이다. 수준급 스코어러인 기존 멤버 코비 화이트도 코트로 돌아오면서 시카고의 팀 전력은 지금보다도 더 무서워질 수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