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인상? 난 뭐 먹고 살아요ㅠ” 사장님의 울분

입력 2022-01-04 17:29 수정 2022-01-04 20:52

새해로 접어들면서 외식 자영업자 시름이 깊다. 배달대행업체에 내는 월회비가 올랐고, 배달 기본료는 지역별로 500~1000원가량 인상됐다. 영업 제한조치, 방역패스도 부담인데 배달료까지 어깨를 무겁게 한다. 벌써부터 자영업자들은 상품가격을 올려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배달료 상승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

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미애(45·가명)씨는 자영업자의 ‘배달 딜레마’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김씨는 치솟은 배달료 부담에 배달 서비스를 계속할지, 말지 고심 중이다. 이달부터 배달대행 월회비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뛰었다. 배달료는 건당 1000원 이상 올랐다.

김씨 가게는 최소 주문액을 1만2000원, 배달팁을 2500원으로 정했다. 배달팁은 배달대행업체에 내야 하는 배달료 가운데 소비자가 부담하는 돈이다. 보통 배달료는 3500~6000원 정도 책정된다. 배달팁 초과분은 김씨가 부담한다. 거리가 멀거나, 대단지 아파트라 배달을 꺼리는 곳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할증을 붙이는데, 이를 소비자와 분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씨는 “이렇게 장사해서는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1만2000원어치 주문을 받으면, 배달플랫폼에 내는 수수료가 약 1000원, 배달대행업체에 소비자 부담액을 빼고 지불하는 배달료는 평균 2500원이다. 1만2000원을 팔아도 실제 매출은 8500원에 그친다. 김씨는 “재료비에 임대료, 인건비 등의 기본비용까지 빼고 나면 어떤 때엔 1000원도 안 남는 장사”라고 했다.

아예 배달을 접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조치가 길어지면서 배달 포기는 ‘금기사항’이 됐다. 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달을 시작했다. 뭐든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 너무 남는 게 없으면 배달장사를 관둬야 하는데,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 메뉴 가격을 올려서 마진을 맞추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료 인상은 예고된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시장이 팽창하면서 지난해부터 ‘라이더 기근 현상’이 심해졌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 배달플랫폼은 아르바이트 라이더를 대거 모집하면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서는 현재 배달원 규모를 40만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런데도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한다. 편의점과 쿠팡 등 유통업계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이더 공급 부족은 심화하고 있다.

배달대행업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경쟁을 벌인 게 라이더 공급난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1명이 여러 곳으로 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라이더가 부족해지고, 배달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체 배달 시장에서 배민라이더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단건배달이 핵심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배달료 인상에는 배민과 쿠팡이츠도 가세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다음 달부터 서울에서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료 5000원 프로모션을 중단한다. 중개수수료율은 7.5% 등으로 바뀌고 배달료는 5400원이 된다. 쿠팡이츠는 처음 책정했던 중개수수료율을 15%에서 절반으로 낮추고, 배달료는 6000원에서 10% 내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프로모션 때와 비교하면 사실상 배달료가 급격하게 오르는 셈이다. 배민은 배민 라이더들에게 주는 배달료 책정 방식을 바꿨다.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할증 요금을 책정해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배달료가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기본 배달료에서 할증되는 금액은 입점업체가 아닌 배민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라이더유니온 등에서는 배달원 안전을 위해 배달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배달료 인상을 통해 무리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수입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배달 단가가 올라가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오히려 무리하는 경우도 생겨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배달원 안전 문제는 기본 배달료를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은 시장 선점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배달료 인상이 플랫폼에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은 전혀 없다. 지금 같은 시장 구조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배달대행업체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