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직원이 없다’…美·英 오미크론 확산에 자발적 셧다운

입력 2022-01-04 17:08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의 전광판에 항공편 취소를 알리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져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영국 등에서 민간과 공공 가릴 것 없이 각 부문의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봉쇄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학교·공공기관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정 기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이 ‘쓰나미’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항공업계다. AP통신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이날 오후까지 취소된 항공편 숫자가 전 세계에서 1만8000편에 이른다고 전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하루 전 세계에서 4983편이 결항했다. 이 중 미국 관련 항공편은 3211편으로 성탄 전야인 지난달 24일 이후 가장 많은 취소 편수를 기록했다.

이는 크리스마스·연말연시 여행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격리 직원이 증가한 탓이다. 미국의 ‘빅4’ 항공사 중 유나이티드 항공과 델타 항공은 오미크론 변이가 직원들의 출근에 영향을 미쳐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연방항공국(FAA)은 항공사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이 늘고 있고 겨울 폭풍이 로키산맥과 중서부를 휩쓸고 있어 항공 대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공공부문도 차질을 빚고 있다. 경찰, 소방관, 구급요원뿐 아니라 전동차 운전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가장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뉴욕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지하철 지연이 속출했다. 소방당국은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911 신고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재택근무를 확대했던 대기업들은 새해를 맞아 사무실 출근을 점차 늘리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거나 보류했다. 재택근무를 최소화했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는 18일까지 사무실로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초로 예정됐던 사무실 복귀 시점을 연기했다.

의료 현장도 인력 손실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에스더 추 오리건보건과학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 의료 체계가 처한 상황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전 대유행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소 의료 인력의 20%가 사라졌는데 아마도 인력 손실 폭이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전날 근로자의 10%, 20%, 25% 결근 시나리오별로 비상 대책을 준비하라고 공공부문에 지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각 부문에서 대규모 결근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한 조치다.

현재 영국 곳곳에서 쓰레기 수거가 중단됐고 일부 기차 노선은 임시 시간표로 운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코로나19로 교사가 부족하면 합반을 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영국 의료계 역시 환자 증가와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의료체계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방역규제는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