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2030년까지 탄소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정작 교통 정책은 자동차 이용 편의를 확대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동차 중심의 현행 교통정책의 틀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지역 13개 환경·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이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 및 시행계획(2019~2023)’의 예산 집행 계획을 분석한 결과 교통 예산의 상당 부분이 도로 확장, 주차장 확대 등 자동차 관련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5개년 전체 예산 대비 사업별 비중을 보면 도로망 신설과 교차로 입체화, 공항만 진출입로 확장 등 도로 건설이 37.9%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전기차 보급 27.8%, 주차장 건설 등 주차 분야가 10.3%를 차지했다. 전체 예산의 76%가 자동차 관련이다.
대중교통 사업 예산은 20.4%로 집계됐다. 연도별 예산 규모는 1400억원 내외다. 2017년 제주도가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버스 회사에 매년 지급하는 예산이 1000억원이다. 제주도의 버스수송 분담률은 2016년 19%에서 현재 14%로 오히려 낮아졌다. 대중교통사업에 전체 교통예산의 20%를 투입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중교통 이용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보행 환경 개선, 자전거 이용 인프라 확대, 교통 약자 및 교통 안전 분야 예산은 4개 사업을 모두 합쳐 2.45%로 나타났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관계자는 “제주도는 온실가스 감축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여전히 자동차 이용 중심의 공급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며 “교통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버스 통행 시간을 개선하거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더 늘리고 걷기 좋은 보행 환경을 구축하는 등 도민과 관광객들의 이동 방식을 바꿀 더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