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피해줄까…랜딩기어 이상 F-35A 안 버리고 바퀴없이 착륙

입력 2022-01-04 16:47
스텔스 전투기 F-35A가 2019년 8월 22일 비행을 마친 뒤,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가 훈련 비행 중 기체 이상으로 비상착륙했다. 조종사는 공중 비상탈출(이젝션·ejection)을 하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해 성공했다. F-35A 동체 착륙은 사실상 처음이다.

공군에 따르면 4일 오후 12시51분쯤 훈련 비행 중이던 F-35A 1대가 항공전자계통 이상으로 랜딩기어(착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동체 착륙은 비행기의 동체가 직접 땅에 닿은 채 착륙하는 방식으로 ‘배꼽 착륙’으로도 불린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 조종사는 다친 곳 없이 무사하고, 조종사의 기량 덕분에 기체 손상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관상 큰 손상은 없지만 전투기 운행 여부는 정밀 점검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35A에는 랜딩기어가 전방에 1개, 후방에 2개 설치돼 있다. 해당 전투기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 지상 활주로 착륙이 어렵기 때문에 공중에서 선회 비행하면서 최악의 경우 조종사만 탈출하고 기체는 해상에 추락시켜야 한다.

하지만 조종사는 지상 피해를 우려해 공중 비상탈출을 포기하고 위험을 감수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동체 착륙은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도록 해야 하는 등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착륙 전에는 마찰열에 의한 화재 발생에 대비해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공군 관계자는 “착륙용 바퀴가 내려와 충격을 완화하면서 착륙해야 하는데, 바퀴 없이 동체 착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렵다”며 “조종사도, 지상 요원들도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군은 이날 랜딩기어 ‘이상’ 상황이 보고된 이후 비상착륙이 종료되기까지 초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공군은 동체 착륙이 결정되자 기체와 활주로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차를 동원해 활주로에 특수거품을 깔았다. 조종사는 기체에 큰 손상을 내지 않고 착륙에 성공했다.

공군은 F-35A의 개발사인 록히드마틴 등과 공동으로 기체 이상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공군은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F-35A 기종의 비행을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F-35A 동체 착륙 사례는 미국이 여러 나라에 F-35를 판매한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며 “F-35가 개발돼 판매된 이후 한국에서 동체 착륙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F-35A는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 등 통합항전 시스템을 갖췄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전투행동반경은 1093㎞에 달한다. 1대당 가격은 119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