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던 실리콘밸리 바이오벤처기업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법원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열린 홈스에 대한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은 검찰이 기소한 11건의 혐의 가운데 4건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배심원단은 투자자를 속여 사기를 쳤다는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고, 환자들을 기만했다는 혐의와 관련된 7건 중 4건은 무죄, 나머지 3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홈스의 형량은 이번 평결을 토대로 추후 내려지는 에드워드 다빌라 지방법원 판사의 최종 선고를 통해 결정된다. 홈스는 평결 이후 가족과 함께 법정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만 19살이던 2003년 메디컬 스타트기업인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방울로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고, 스탠퍼드대를 자퇴한 뒤 테라노스 CEO직에 전념하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무려 9억45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 ‘여자 스티브 잡스’란 별명을 얻었다. 투자자 목록에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 월마트를 운영하는 월튼 패밀리 등 쟁쟁한 기업가와 부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미 뉴욕 증시에 상장되자마자 테라노스의 가치는 90억 달러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로부터 홈스가 주장한 혈액 질병진단기술이 “사기에 가깝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테라노스의 신화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2015년 WSJ는 탐사보도를 통해 혈액진단 기기의 정확성이 의심스럽고 실제로는 외부에서 사용하는 혈액검사 기계를 이용한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이듬해 테라노스가 2년여 동안 진행해왔던 연구는 모두 무효 처분을 받았고, 검찰은 2018년 홈스와 회사 관계자들을 사기 등 11개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달러로 추락했고, 이후 회사 청산 절차까지 밟게 됐다.
홈스에 대한 재판은 검찰 기소로부터 2년 가까이 지연돼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홈스의 출산 등에 따른 연기 때문이었다. 첫 재판부터 대중의 관심이 엄청나 34명만 입장할 수 있는 방청석 티켓을 구하기 위해 법정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