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1년여 만에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어 다시 월북한 탈북민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민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료와 보험료도 몇 달씩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1일 강원 고성군을 통해 월북한 A씨(30대)는 지난해 7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한 후 서울 노원구에서 혼자 살며 청소 용역원으로 일했다. 그는 2020년 11월 동부전선에서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했는데, 당시 정보 당국 조사에서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체조선수 출신인지는 불명확하다.
적응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향수병이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 A씨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매월 50만원 이상을 수급 중이었고, 자산은 1000만원 이상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말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주택에 전입한 후 지난해 4월 치 임대료 약 11만원을 8개월째 납부하지 않았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료도 지난해 4월부터 총 5차례 내지 않아 공단에서 여러 차례 독촉장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과의 교류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이웃들은 한 목소리로 “집에 사람 오가는 것도 제대로 못 봤다. 말을 섞어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집에서 수도와 가스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던 지난해 10월에는 수도를 사용하는 대신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기온이 내려간 11월에는 난방하는 대신 수도를 쓰지 않았다. 음식을 조리하는 데 필요한 도시가스 또한 사용하지 않은 달이 많았고, 음식물쓰레기도 거의 버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주변에 토로했다고도 한다. A씨를 담당했던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6월 두 차례 A씨에게서 월북 징후를 포착했다. A씨가 지난해부터 월북을 준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여행 등도 알아본 정황이 확인됐다. 다만 내사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추가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A씨는 결국 다시 철책을 넘었다. 지난 1일 정오쯤 민간인 통제선 일대 폐쇄회로(CC)TV 포착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인 과정에서 2020년 11월 귀순한 인원과 인상착의가 동일하다 할 정도로 흡사했다”고 설명했다.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영상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29일까지 당국과 연락을 했지만 30일부터 연락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부터 월북을 준비하며 강원 고성군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등은 최근 진행한 정부 합동조사에서 A씨와 관련해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북한은 이번 월북 사건과 관련해 한국군의 대북전통문을 받았다고 응답하면서도 이에 대한 답변은 따로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전통문을 2번 발송했다. 북한은 수신은 잘했다고 2회 응답했다”며 “북한이 아무 반응 없는 게 아니고 수신은 했고 답변은 안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