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홍범도(1868.8.27~1943.10.25) 장군의 항일 정신을 새기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기념공원과 흉상이 광주 고려인 마을에 들어선다.
광주 광산구는 “일제강점기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로 강제 이주됐던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월곡동 다모아어린이공원에 홍범도 장군 공원·흉상이 세워진다”고 4일 밝혔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78년여 만인 지난해 광복절 때 국내로 봉환됐다.
이후 정부는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했다.
고려인마을 미디어센터에서 최근 출범식을 가진 홍범도 공원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이에 따라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기리는 공원과 흉상을 오는 6월까지 세우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홍범도 공원과 같은 1.4m 높이로 건립될 흉상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제작·기증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유해 봉환을 위해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우 의원은 건립추진위 출범 소식을 전해 듣고 흉상 기증 의사를 밝혀왔다.
건립추진위는 월곡동 주민이자 홍범도 장군 후손인 남양 홍씨 전국 종친회 홍우표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광주지역 지자체, 시‧구의원, 지역주민, 고려인 마을 주민 등 관계 인사와 해외 카자흐스탄 한인회 등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장군 유해를 국내로 모시기 위한 남북한의 외교전 당시 카자흐스탄 장군의 묘역을 관리했던 장원창 전 사할린 한국교육원도 추진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려인마을은 앞서 지난 8월 ‘월곡 고려인문화관’에서 장군의 유해 봉환을 기념하기 위한 ‘홍범도 장군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고려인문화관은 이후 강제이주, 항일투쟁 등 고려인의 역사와 삶,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광산구는 홍범도 장군 공원이 고려인문화관과 함께 광주의 대표적 역사탐방 명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산구청과 추진위는 월곡동 도시 재생과 연계한 공원 조성에 맞춰 봉오동 전투 재현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오는 6월 7일은 봉오동 전투 승전기념일이다.
월곡동에는 지난 2001년부터 독립투사의 후손인 고려인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이주해 오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고려인 마을이 형성됐다. 현재 5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1868년 평안남도 평양 서문에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일제 강점기 600~700명의 의병대를 이끌고 함경도와 강원도 북부에서 일본 헌병대와 정규부대를 상대로 37회의 전투를 벌였다.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서 일본군을 급습해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 본거지에서 벌인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 최대의 승전으로 기록돼 있다. 항일단체 통합을 주선한 그는 대한독립군단을 조직, 부총재로서 고려혁명군관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돈국 광산구 부구청장은 "홍범도 장군 공원과 고려인 마을은 역사교육의 명소이자 관광지가 될 것”이라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명소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