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삼프로TV 깜짝효과’ 이어간다…정책 물량 공세

입력 2022-01-04 15:37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22.1.4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선대위’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굳히기 위해 ‘정책선거 모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금부터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월 초까지가 최적의 ‘정책 물량 공세’ 시기로 보고, 경제·부동산·교육 관련 공약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5일 주식·경제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했던 것이 중도층 공략에 ‘깜짝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선거 모드를 강화해 이른바 ‘삼프로 현상’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4일 “이 후보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6일에는 성장 전략, 주식시장 활성화 등을 포함한 경제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부동산 대책, 교육 정책 등 굵직한 공약 발표도 이달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정책선거 모드’를 강화한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25일 이 후보의 유튜브 ‘삼프로TV’ 출연이 기대 이상의 중도층 포섭 효과를 가져왔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권순정 선대위 총괄팀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의 삼프로TV 인터뷰가 중도층 약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며 “해당 채널의 주요 시청 층은 양극단의 진영에 속해있기보다는 중도층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출연한 삼프로TV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가 98만회를 기록했고 4일 현재 570만회을 넘어섰다. 같은 날 공개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연 영상은 현재 30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삼프로TV 인터뷰가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중도층의 갈증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층은 이념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삼프로TV는 그런 공약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 감독을 강화해 자본 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한다면 ‘코스피 5000’도 가능하다”며 개인 투자자 보호 의지와 함께 주식시장 친화적 메시지를 내놓았었다.

이 후보의 이런 금융 친화적 태도가 중도층, 특히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인 2030세대에 어필했다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30세대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식,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는다”며 “이들이 삼프로TV에서 이 후보의 경제관념에 매력을 느끼고 각종 커뮤니티에 전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삼프로TV 출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이 이전 조사보다 상승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7일~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후보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26%, 30대 지지율은 42%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20일~22일 실시한 조사보다 20대에선 5%포인트, 30대에선 11%포인트 각각 오른 수치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가 지녔던 ‘반(反)시장적인’ 이미지가 유튜브 출연으로 희석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에 반감을 품던 중도층 다수는 포퓰리즘 논란 등 때문에 이 후보를 과격하고, 반시장적인 인물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컸다”며 “이들이 듣고 싶어 한 ‘친시장적’ 메시지를 이 후보가 말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 후보의 공약을 직접 접할 기회가 이전보다 적어진 상황에서, 삼프로TV가 양 후보 간 공약 비교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삼프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