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의 월권”, “누가 후보냐”…윤석열, 김종인과 결별까지 ‘저울질’

입력 2022-01-04 13:11 수정 2022-01-04 13:1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의 동의 없이 선대위 전면 쇄신 방침을 발표한 이후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는 방안까지 모색하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자신의 동의 없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한 이후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날까지 이틀째 잠행을 이어오고 있다.

윤 후보가 장고 끝에 내놓을 수에 따라 국민의힘 쇄신 논란의 결말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발표한 ‘단독 플레이’에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에게)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바타’ ‘꼭두각시’로 윤 후보를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하지만 윤 후보도 김 위원장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어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까지 적으로 돌릴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대 변수는 선대위 조직을 슬림화하고 김 위원장이 이끄는 총괄상황본부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방안을 윤 후보가 수용할지 여부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 위원장 중심 체제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를 거부한다면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관계는 파국이 불가피하고 윤 후보 직계체제로 선대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 측 한 의원은 “윤 후보의 동의 없이 선대위 쇄신을 발표한 김 위원장의 처사는 ‘상왕의 월권’, ‘후보 패싱’이 아니냐”면서 “김 위원장이 윤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연이어 내놓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측 다른 의원은 “지금 선대위 내부에서 ‘누가 대선 후보냐’라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최악의 경우 김 위원장과 결별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막판 절충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에 둘러싸인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또다시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있어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발표했던 것”이라며 “‘후보 패싱’이라기보다는 불가피했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광화문에 있는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아마 윤 후보가 거의 결정할 것”이라며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사무총장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언제 최종적으로 결정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오늘은 당사로 출근하지 않는 거로 안다. 자택이든 밖이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