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부족·결핍하면 코로나19 중증 위험 높다

입력 2022-01-04 10:29 수정 2022-01-04 12:10
국민일보DB

체내에 비타민D가 부족하거나 결핍되면 코로나19에 잘 걸리고 중증 위험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면역ㆍ염증 체계 이상으로 ‘사이토카인(면역 과잉)폭풍’ 위험성 이 증가하고 심혈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타민D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국제 진료지침 권고사항에 따라 혈중 농도를 30ng/㎖ 이상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와 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훈지 전임의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내분비ㆍ대사질환’ 최신호 리뷰 논문(Reviews in Endocrine and Metabolic Disorders)’을 통해 비타민D 결핍이 코로나19의 발병과 중증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구체적 기전을 밝혔다.
리뷰 논문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최신 연구성과를 총정리해 발표하는 형태의 논문이다.

비타민D는 신체 내 다양한 면역 반응을 비롯해 선천적·후천적 면역 체계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는 영양소로, 팬데믹 초기부터 국내외 여러 연구진들이 비타민D가 코로나19의 감염률 및 중증도와 관련 깊다는 것을 보고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더 나아가 해당 연구들을 총 망라해 코로나19에 대한 비타민D의 역할과 기전을 보다 명확히 밝혀내고자 했다.

연구 결과, 혈중 비타민D의 농도가 낮을수록 코로나19의 발생 위험 및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이를 보충할 시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SARS-COV-2)의 양성률이 감소하고 중등도 이상 환자에서 중환자실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양상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으로 면역 체계와 염증 반응 시스템의 이상을 지목했다.

비타민D 부족 및 결핍은 항균성 단백질인 ‘항균 펩타이드’ 생성 감소, 체내 침투한 바이러를 죽이는 ‘T 세포’의 면역반응 이상, 폐 상피세포의 자멸사 증가, 면역 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 물질)’ 분비 증가를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되며 중증 환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의 위험성이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또 낮은 비타민D 농도가 심장병, 당뇨병 같은 심혈관계 및 대사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중증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의하면 비타민D 결핍은 혈압조절 체계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과 포도당 대사 기능을 저하시켜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킴으로써 치명률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비타민D 부족이나 결핍이 있는 경우 혈중 농도를 일반적 권장범위(40~60ng/㎖)에는 다소 못 미치더라도 30ng/㎖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시 코로나19의 감염률과 중증도 및 사망률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고대 안암병원 배재현 교수는 4일 “비타민D 부족·결핍이 코로나19에 대한 감수성 및 중증도와 유의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비타민D 부족 및 결핍 환자에게 이를 보충해 주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호흡기 감염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혈중 비타민D 농도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비타민D 결핍이 코로나19 경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비타민D 결핍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국제 진료지침의 권고사항에 따라 혈중 농도를 30ng/㎖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