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척, 패럴림픽 나간 유도감독·선수 집유

입력 2022-01-04 05:29
자료이미지. 픽사베이

비장애인임에도 이를 숨기고 장애인 국가대표로 활동한 선수와 이들을 국제대회에 출전시킨 국가대표팀 감독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판사 이진웅)은 3일 업무방해,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 A씨(6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도선수 13명 중 8명은 300~700만원의 벌금형을, 3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2명은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2015년부터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시각장애 등급을 받지 않은 선수들도 시각장애 유도 선수로 등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안과의사로부터 스포츠 등급에 부합하는 의무기록을 발급받은 후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당시 A씨는 국제시각장애 스포츠 등급을 받기 어려운 선수들에게 “병원에 들어갈 때부터 내 팔을 잡으면서 이동하고 시력검사를 할 때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병원에서 A씨의 팔을 잡고 이동했으며, 진단을 맡은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수법으로 시력 0.1 이하의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은 자카르타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2018년), 리우 패럴림픽(2016년), 인천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2014년) 등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선수들은 약 130~4200만원의 정부 포상금을 받았고 A씨 역시 1546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직분과 책임을 망각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선수선발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종용해 장애인 스포츠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선수들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 등을 이용해 허위 시력검사를 유도하는 등의 행위는 지도자로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한 점, 이번 사건으로 구속돼 약 6개월간 구금 생활을 한 점, 부정으로 받은 보조금을 반환하기로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