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간 데 없이 오르던 문재인정부의 집값 상승세가 정권 말에서야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엔 집값이 안정된다는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금리 인상과 공급 확대 공약 등이 낙관적 전망을 부추긴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면서도 혼조세 내지는 약보합을 진단한다. 올해 가장 큰 변수로 예상되는 대선이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집값 감소 폭 이상으로 전셋값이 올라 서민 주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시장의 첫 변곡점은 ‘3월 대선’이다. 양대 후보의 공약에 따른 유불리를 가늠하며 시장은 관망세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354건으로 2020년 11월(6367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선 전까지 이런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관망이 아니라 투자심리가 완전히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과 거래절벽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시장은 규제가 심하고 금리가 높아도 투자수익 된다고 하면 사고 보는데, 지금은 투자심리가 많이 꺾인 상태”라며 “아파트를 사봤자 가격이 떨어지는 것 밖에 예상이 안되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대 변수로 떠오른 대출규제의 입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장 본부장은 “(3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출규제를 풀어주기 어렵다고 본다면, 실수요자들은 저가 아파트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쪽을 알아볼 것”이라며 “올해 입주물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금리 상승과 거래량 감소가 겹치는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도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만만찮다. 지난해 집값을 띄웠던 유동성과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주도냐 민간주도냐의 차이가 있을 뿐, 여당과 야당이 공통으로 공급 확대를 약속하면서 개발 호재가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을 공급하려면 교통인프라 계획 등을 함께 밝힐 텐데, 주택 착공은 당장 하지 않더라도 교통인프라 개발은 먼저 들어가고, 이게 결국 집값을 띄울 수 있는 개발 호재”라고 했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6월 1일)을 앞두고도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이 승리하면 상반기에 약보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고가 아파트 위주로 조금 더 오를 수 있다. 야당이 승리하면 6월 1일 이전에 팔 것인지, 보유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하반기에 전세난이 본격화할 수 있다. 2020년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갱신했던 전세계약이 만료하면서 보증금이 대폭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년보다 적은 입주물량도 변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내려가도 여전히 실수요자들이 넘보기 힘든 수준일 것이기 때문에 그 수요가 전세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정부가 밝힌 공급계획이 입주물량으로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그 사이에 전세난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