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演技)를 좀 해달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발언을 고리로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김 위원장 아바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정치 언어가 미숙한 만큼 말실수의 재발을 막기 위한 강구책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오후 연합뉴스TV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깜짝 놀랐다. 윤석열이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써준 대로, 시킨 대로 연기만 잘하라는 건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대본을 써줘서 연기하더라도 대본을 외울 능력이 있어야 연기를 할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프롬프터가 안 켜졌다고 2분 동안 말도 못 한 후보였다. 선거 때는 연기를 해도 당선돼서 연기할 수 있겠느냐. 정말 국가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연기만 하라고 하면 후보가 아바타도 아니고”라며 “윤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태가 개선 불가능한 정치인으로서 최대치였음을 고백하는 듯하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말”이라며 “배운다더니, 공부한다더니, 배우기는 한 건가. 아예 배우기를 포기하고 배우 한다고?”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본인은 물론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변해야 한다며 선대위의 전면적인 쇄신을 역설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演技)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과거에 여러 번 대선을 경험했지만,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후보가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늘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거 두 달 앞두고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지 않느냐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러한 혼란을 겪지 않을 것 같으면 우리가 선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선대위를 새롭게 구성해 3월 9일을 향해 총매진을 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연기만 하면 아바타 아닌가’라는 질문에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말한 것”이라며 “후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 절대로 선거 승리 이끌 수 없다”고 답했다. 의총에서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다고 해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윤 후보는 정치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부분이 있으므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를 바로 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김 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윤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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