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난항으로 빠져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회생계획안 제출을 4차례나 연기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투자금 확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인 전기차 관련 기술력은 물론 자금 조달력까지 모두 물음표가 붙었다. 직원 180명의 전기버스 회사가 4800여명이 종사하는 완성차 업체를 인수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줄곧 전기차 기술력을 강조했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전기차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쌍용차를 살릴 수 있다. (자사의) 전기버스에 적용된 모터·배터리 기술과 플랫폼을 쌍용차에 이식하면 완충 후 최소 4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지난달 21일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자체생산을 위한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쌍용차는 연구원들을 BYD에 장기 파견해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와는 별도로 전기차 관련 기술력을 끌어올리려는 독자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11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버스에 탑재할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3일 “쌍용차가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면서 에디슨모터스 구상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에디슨모터스는 최종인수 확정 전부터 경영에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중순에 쌍용차 연구진을 만나 업무 관련 논의를 하기로 하고, 사전에 쌍용차 하체구조 등의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차 측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것도 아닌데 핵심기술을 공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인수자금 약 3048억원을 포함해 1조원 넘는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는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할 재무적 투자자가 자리한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를 영입했었다.
그런데, 최근 키스톤PE가 투자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를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에 동의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지만 에디슨모터스가 구체적인 중·장기 경영전략을 제시하지 않으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회생계획안 제출을 4차례나 미루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용도를 주거지역으로 바꾸고, 평택시와 함께 아파트단지로 개발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평택시는 “쌍용차는 아직 인수 과정에 있는 회사로, 인수기업 확정 전까지는 평택공장 이전 및 부지 개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렵다”면서 “시에서 동의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밝히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직원 180명의 전기버스 회사가 직원 4800여명의 완성차 업체를 인수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다만 문제는 에디슨모터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