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냐” 시총 2조 회사 횡령사건 [3분 국내주식]

입력 2022-01-04 06:00 수정 2022-01-04 06:00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사옥. 오스템임플란트 제공

국내 증권시장이 2022년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코스피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인 3일 11.12포인트(0.37%) 오른 2988.7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5포인트(0.37%) 상승한 1037.83을 기록했다. 개인은 이날 5192억원, 외국인은 2664억원 각각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은 8133억원 순매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외국인과 개인 매수 유입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며 “다만 오는 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7일 고용지표 발표에 대한 경계심이 남아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FOMC의 금리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FOMC 개최일은 일반적으로 연간 여덟 차례(1·3·4·6·7·9·10·12월). 이달 예정일은 오는 25~26일이다. 증권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FOMC 위원들도 19명 중 10명이 점도표에서 올해 3회가량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1. 오스템임플란트 [048260]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횡령 사건이 국내 1위 임플란트 전문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했다. 자금을 관리하던 직원이 19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한 뒤 도주·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액 1890억원은 이 회사 자기자본 대비 91.8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상장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알리고,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가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씨가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공적 사금을 개인 은행·주식 계좌로 이체해 착복·횡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새해 첫 거래일부터 날벼락을 맞게 됐다.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코스닥시장 대표 우량주에서 개인의 단독 범행으로 이뤄진 횡령인 만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 주주는 포털사이트 종목토론 게시판에 “동네 편의점도 몇만원이 없어지면 아는데 시총 2조 원 회사에서 1900억 원이 빠져나가는 걸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회사 측은 “(주주분들이)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할 것”이라며 “통제 시스템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잔액 증명 시스템을 길잡이 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모든 관련 계좌를 동결해 대부분의 횡령 금액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성난 주주들을 다독였다.

2. 동진쎄미켐 [005290]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의 불똥은 반도체 소재 업체 동진쎄미켐으로 튀었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 이모씨가 지난해 동진쎄미켐 지분 7.62%(약 1430억원)를 사들인 개인투자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동진쎄미켐은 전 거래일보다 8.43%(4300원) 하락한 4만6700원에 마감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5일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7.62%)를 주당 3만6492원에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였다. 그 이후 같은 해 11월과 12월 사이 6차례 6% 이상의 지분을 장내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3만1287원부터 3만7800원 사이로 총 1112억원 규모다. 매수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면서 약 12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씨가 보유 중인 동진쎄미켐 지분 1.07%(55만주)는 이날 기준 73억원가량의 평가차익을 올린 상태다.

3. 안랩 [053800]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안랩은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21%(1200원) 오른 10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곧바로 10.82% 치솟으며 10만9600원까지 급등했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 폭을 줄였다. 안랩은 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에도 21.50% 오른 9만8900원에 마감했다.

안랩은 1995년 안 후보가 창업한 안철수연구소의 후신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업체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테마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때 5%에 미치지 못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대를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할 당시 안랩 주가가 요동치자 ‘자신은 200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며 단지 최대주주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안랩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안 후보의 해명에도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안랩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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