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충남대에 전 재산을 기부한 함정옥 선생·이현주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지난 1일 함정옥 선생이, 전날에는 이현주 여사가 연이어 별세했다고 3일 밝혔다.
고(故) 함정옥 선생(88)은 2014년 자신이 살고 있던 9억5000여만원 상당의 대전 서구 도마동 토지와 건물을 충남대에 기부했다.
전 재산을 기부하기 전인 2010·2011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충남대 재학생 3명의 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실향민으로 일찍 부모님을 여읜 함 선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의사의 꿈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만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뒤 공채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됐다.
입직 후 충남도·에너지관리 공단 등에서 30여년 간 공직을 수행한 그는 은퇴한 뒤에도 적십자사의 응급처치 봉사, 호스피스 활동 등 활발한 나눔활동을 펼쳤다.
함 선생은 2014년 자신의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하며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만큼이나 가치있는 일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것”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인생의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이현주 여사(56)는 지난해 11월 18일 아파트·예금 등 총 1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 여사는 대전지역의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0년 9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충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입원 중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 여사는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에 먼저 연락을 해 왔다. 그리고 기부 사실을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유언장을 작성하며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 충남대에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다짐했다”며 “몸이 아픈 뒤 생각하니 대학에 기부해 한명이라도 좋은 인재를 배출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는 학생들에게 “어렵게 모은 돈으로 만든 장학금이야.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해. 정말 열심히 해야 해”라고 간절함이 담긴 말을 남겼다.
충남대는 두 기부자의 모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이 여사를 대전시 동구 추동에 마련된 추모공원에 모실 예정이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함정옥 선생님과 이현주 여사님의 기부는 충남대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말씀하신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리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