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멀어진 수단…‘민간’ 출신 함독 총리, 복권 2개월 만에 사임

입력 2022-01-03 14:44
지난해 10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와 민정 이양 협상을 벌여온 민간 출신 압달라 함독 총리가 2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사진은 함독 총리가 2019년 8월 21일 하르툼에서 열린 총리 대행 취임식 후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민정 이양 협상을 벌여온 민간 출신 압달라 함독 총리가 복귀 2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이로써 군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완전한 민간 정부를 구성하려던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함독 총리는 2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에서 “책임을 반납하고 총리직을 사임한다”며 “저의 총리 사임으로 다른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민간 민주 정부’로 전환하는 일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세력은 분열됐고 과도 정부는 (군부와 민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수단은 즉시 바로잡지 않을 경우 생존을 위협당할 수 있는 위험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독은 새로운 민정 이양 협정에 대해 논의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독 총리는 완전한 민정 이양과 민주화를 위해 ‘국민헌장’을 만들 것과 구체적인 민주화 로드맵을 군부에 요구했으나 좌절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수단에선 2019년 4월 민주화 시위에 이은 군부 쿠데타로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이후 수단 군부와 야권은 ‘통치위원회’를 구성해 민정 이양 준비에 돌입했다.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 아프리카개발은행 등에서 근무한 경제 전문가 출신 함독 총리는 그해 8월 통치위원회의 지명을 받고 과도 정부의 민간 출신 총리로 취임했다. 과도 정부는 2023년 총선을 치러 민간 정부 구성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5일 통치위원회의 군부 지도자였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함독 총리를 가택 연금시켰다.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군부는 지난해 11월 21일 함독 총리와 권력 분점에 합의하고 그를 복권시켰다. 민주화 단체들은 완전한 민정 이양에서 후퇴한 합의를 두고 함독 총리가 군의 정부 지배를 도왔다고 비판했다.

수단은 군부 쿠데타 후 계속돼온 격렬한 반군부 시위와 유혈 진압 등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도 함독 총리 사임 전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발포로 최소 2명이 사망했다. 현지 의료단체 등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사망자는 최소 56명에 달한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