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확진자수 대신 ‘입원 및 사망 사례’에 집중한 코로나19 대응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신규 확산 방어보다 중증 사례 관리에 집중한 코로나19 대응 전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전염력이 강하지만 중증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파우치 소장은 2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부스터샷을 받은 사람들에게서는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경미하다. 절대 사례수가 이전 변이 때보다 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이 진행돼도 증상이 덜 심각하다면 총사례 수 보다는 입원율에 집중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단순 신규 확진자수 증감은 팬데믹 현실을 드러내는 명확한 지표가 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사 수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검사를 받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들에 의한 확산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양성 테스트의 수는 전염병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완벽한 지표가 되지 못했다. 많은 전염병 학자들이 줄곧 조언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가 자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전날 9만 명을 돌파했다. 2주 전보다 30% 증가한 것이지만, 역대 최대치(13만7500명)의 65% 수준이다. 사망환자는 하루 평균 1240명 정도로 같은 기간 4% 감소했다. 반면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38만6920명으로 2주 전보다 202% 증가했다. 지난겨울 최대치의 154%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 집계를 봐도 신규 확진자는 39만6490명으로 1주일 전보다 100% 증가했지만, 입원환자는 9만9763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35% 증가했다.
입원 및 사망 사례는 신규 확진자 증가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만큼 아직 단언하긴 어렵다. 그러나 현재 데이터상 오미크론에 의한 중증도는 이전보다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 의료시스템과 필수 행정력 마비를 막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파우치 박사도 “백신과 부스터샷은 입원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위험하다”며 “백신 미접종자 수천만 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미크론의) 심각도 비율이 낮더라도 감염되는 사람들이 많으면 (중증에 의한) 입원환자 숫자 자체도 많아진다”며 “의료 시스템에 스트레스와 긴장을 주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미국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의 절반 가까이(24개 주)가 전체 병상 가동률 75%를 넘겼다.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긴 주도 10곳이나 됐다. 미국 전체의 중증병상(ICU) 가동률도 80%에 근접했다. 20개 주는 지역 내 ICU 병상 중 30% 이상을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했다.
메릴랜드주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81.8%까지 치솟았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병원이 환자들로 가득 찼고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코로나에 걸렸다. 인력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4∼6주가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끔찍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