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사업으로 분류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오스트리아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럽에서의 논의 향방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dpa통신에 따르면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은 위험하고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마치 친환경 에너지처럼 취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도 EU의 발표를 비판했다. WWF 독일의 마티아스 코프 ‘지속가능한 금융’ 부문 대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에 대한 EU 집행위의 입장은 그저 눈을 감고 최선의 결과를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전날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전달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떠한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는지 규정한 기준이다.
지난 1년간 EU 회원국 사이에서는 원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EU 회원국 중 전력생산의 70%를 원전에 기대는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넣자는 쪽이었다. 반면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U의 논의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뺀 근거로 내세워 왔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을 발표할 때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원전을 늘리는 계획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환경부는 EU 등의 동향을 참조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