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졌는데 지수는 제자리… 코스피 ‘IPO 대박’의 명암

입력 2022-01-03 06:00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코스피 시가총액과 지수의 ‘탈동조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망 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시가총액은 크게 늘어난 반면 코스피지수는 오름폭이 작았다. 증시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신규 기업으로 쏠리며 주가지수는 오르지 못한 것이다. 올해도 IPO를 준비하는 ‘대어’가 많아 탈동조화 현상이 지속할지 주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은 2203조원으로 지난해 1980조원보다 11.3%(22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873.47에서 2977.65로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는 연중 한때 3300을 넘기며 전고점을 경신했지만 하반기 높아진 금리 인상 우려와 오미크론 변이 출현 등으로 하락했다.

이는 시총과 지수가 동반해서 움직이던 기존 추세와 분명하게 구별된다. 2020년 코스피 시총은 1476조원에서 1981조원으로 34.2%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197.67에서 2873.47로 30.8% 상승했다. 2019년 코스피는 시총과 지수가 각각 9.8%, 7.7% 동반 상승했다. 증시가 부진했던 2018년에는 코스피 시총이 16.3% 감소했고 지수는 17.3% 하락했다.

시총과 지수의 괴리 현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신규상장 및 공모금액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모금액은 1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2% 늘었다. 총 23개사가 새로 상장하며 시장에 유입된 유동성을 흡수했다. 거래소 측은 “대형 기업 신규상장 활성화로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몸집은 커졌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지는 못했다.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은 IPO로 신규 종목이 등장하면 매수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존 상장사에서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이 잦았던 영향도 있었다. 분할 상장 시마다 투자금이 자회사로 쏠려 모회사 주가가 내려앉는 일이 빈번했다.

내년에도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이 같은 탈동조화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말 코스피에 입성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 기준 예상 시총이 60~7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 달에는 현대 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교보생명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유력 IPO 후보다. 유니콘 기업 중에는 SSG닷컴과 컬리(마켓컬리)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