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니카라과에 중국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중국은 미·중 경쟁의 새 격전지로 떠오른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에서 31년 만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다시 휘날렸다며 “중국과의 국교가 대세”라고 주장했다.
2일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 주재 대사관을 공식 개관했다. 데니스 몽카다 니카라과 외무장관과 위보 중국 대사 등이 참석한 개관식에선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 나오고 오성홍기가 게양됐다. 신화통신은 “중국과 니카라과의 국교 재개 직후인 지난달 10일 베이징을 출발한 오성홍기가 28시간 동안 2만600여㎞를 날아 마나과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니카라과에 중국 대사관이 다시 문을 연 것은 1990년 이후 31년 만이다. 니카라과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권 시절이던 1985년 중국과 수교했지만 90년 정권 교체 후 대만과 손을 잡았다. 이후 2007년 오르테가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 이후에도 중국과 수교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대만과 외교 관계를 이어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7년 4선에 성공한 오르테가 대통령 취임식에 중남미 좌파 국가들과 북한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참석해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니카라과 외교부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중화인민공화국이 전체 중국을 대표하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대만과 국교를 끊고 일체의 공식적 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니카라과 정권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자 중국을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수교국은 14개로 줄었다.
중국은 즉각 코로나19 백신 100만회 분량을 지원하는 물량 공세로 성의를 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성명을 내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수교를 재개한 지 한 달도 안 돼 오성홍기가 31년 만에 니카라과에서 다시 올라갔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국제적 대세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니카라과와 우호 교류를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