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출신이 세무사시험 출제” 개입여부 조사

입력 2022-01-02 17:18 수정 2022-01-02 17:25
세무사 시험 응시생들이 참여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가 지난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 본부 앞에 ‘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등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을 놓고 시위를 하는 모습. 세시연 제공

지난해 9월 실시된 세무사 시험 특혜 의혹을 감사 중인 고용노동부가 출제위원 가운데 국세청 출신이 포함돼 있던 사실을 확인하고,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세무공무원 경력을 가진 합격자들이 면제를 받은 세법학 과목의 출제 및 채점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2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이번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은 모두 12명으로, 이중 1명이 A지방국세청 출신으로 현재 B세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선정 과정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상당히 많은 제보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출제 방향이나 난이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세무공무원에게 유리하게 시험을 설계하도록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 시험을 시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국세청 근무 경력을 알면서도 출제위원으로 위촉했는지 여부도 파악 중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산인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세무사 2차 시험 출제위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세청 출신이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에 포함된 것은 이번 시험이 유일했다.

고용부 조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불공정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이번 시험에서 국세청 등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이 면제받는 세법학 1부 4번 문항에서 0점을 받은 응시생은 무려 2025명(51.1%)이었다. 반면 이번에 1차 시험 면제 및 2차 시험 2과목을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합격자는 전체 합격자 706명 중 151명(21.4%)으로, 지난해 17명(2.4%)에 비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무공무원이 면제받는 과목이 초고난도 문제로 출제되면서 세무공무원이 특혜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일반 응시생들 사이에선 세무공무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난이도를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산인공의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에 대한 관리·감독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출제위원은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경력을 내세워 강의나 책 광고를 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이다. 이런 행위는 산인공법 제23조 비밀누설에 해당하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이 산인공으로부터 제출받은 비밀누설 처벌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와 관련한 적발이나 처벌 조치가 이뤄진 것은 1건도 없었다. 김 의원은 “국세청 출신이 출제위원에 포함된 문제뿐 아니라 출제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된 데 대한 감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감사 일정은 다음 달로 연장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20일부터) 3주간의 감사 일정을 잡았지만, 복잡한 사안이 많아 감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세종=최재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