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이유로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된 것은 인권침해라며 접수된 진정 건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답변을 회피했던 인권위가 정치적 민감 사안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는 ‘통일부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접수된 진정을 지난해 8월 기각하고, 이를 같은 해 11월 통지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 A씨는 “통일부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법인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 것은 인권 침해”라며 2020년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는 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권위법 32조 3항에 명시된 조항이지만 인권위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앞서 북한이탈주민 박상학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20년 통일부로부터 법인 허가를 취소당했다. 북측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선언 등 남북 간 합의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정상규)는 통일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비영리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북전단’과 관련해 인권위가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2020년 12월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확성기 방송·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국회의 입법 행위에 관해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인권위법 30조에 따라 진정을 기각했다.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법세련은 지난해 3월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인권위가 자의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은 건 명백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영애 전 인권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감장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1월 인권위가 내놓은 입장과 배치된다. 인권위가 정치적인 민감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인권위는 “정부가 북한의 위법·부당한 위협을 명분으로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정당한 대북전단 활동을 단속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