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지 않는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도 3년째 생략됐다.
북한이 섣불리 메시지를 내기보다 불확실한 정세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 방역과 경제난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 대외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5일간 회의는 역대 최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을 향해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일 북한의 대외관계와 관련해 딱 한 문장만 언급했다. 그 한 문장도 원칙론적인 입장이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고만 짧게 전했다.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3년째 나오지 않았다. 2013~2019년 매년 직접 신년사를 내놓았던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20년부터 육성 신년사를 중단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한국 대선 등의 변수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3월 대선을 통해 새로 들어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도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일 “북한이 종전선언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닌 만큼 우리 정부는 대화를 재개해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보선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에도 정치국 진입에 실패했다.
김정일 사망 10주기 추모행사에서 호명 순서가 앞당겨진 것은 부녀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실질적 2인자’라는 김 부부장의 지위가 약화한 것은 아니라는 평이 우세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