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연금으로 고금리 대출 알선… 대법 “무허가 대부업”

입력 2022-01-02 15:02
서울 서초구 대법원. 국민일보DB

비영리 연금재단이라 해도 무허가로 대출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겼다면 대부업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배임수재·자본시장법 위반·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보험설계사인 A씨는 2012년 1월부터 한 개신교 교단 연금재단에서 기금 감독 업무를 맡는 특별감사위원으로 활동했다. A씨는 그해 3∼10월 재단 기금 1700억원가량을 특정 증권사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증권사로부터 수수료 17억8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교 친구인 B씨와 공모해 2012년 12월~2015년 3월 대부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고 8차례에 걸쳐 연금재단 자금 중 1182억원을 중개하고, 2013년 7월~2015년 3월 6차례에 걸쳐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7억8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으나 2심은 징역 1년 10개월로 형량을 감경했다. 비영리법인인 연금재단이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진 것일 뿐이어서 대부업법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금재단의 대출행위는 이자 있는 금전소비대차의 일종으로서 대부업법에서 말하는 ‘금전의 대부’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연금재단과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 사이에서 대부 거래를 주선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연금재단의 대부가 대부업법에서 정한 대부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부중개에 해당한다”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 등이 수행한 업무가 대부업법이 정한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 이들이 받은 수수료가 그 대가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연금재단의 대출행위가 대부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A씨 등의 혐의를 무죄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