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뚫린 군 대북감시망…3시간동안 월북 몰랐다

입력 2022-01-02 12:25

새해 첫날부터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 장면이 감시장비에 포착됐고 이를 알리는 경고등도 울렸지만,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한 군은 3시간이 지나서야 월북 사실을 파악했다. 군의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새해 벽두부터 ‘경계 실패’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전날(1일) 오후 9시20분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 투입해 DMZ 작전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인원은 이날 오후 6시40분쯤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었고, 이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CCTV 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CCTV) 재생 과정에서 월책 모습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CCTV에 포착된 것은 물론,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광망체계 경보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다. 군은 그러나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자체 판단해 철수했다.

해당 인원은 약 3시간 후인 오후 9시20분 MDL 이남에서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다시 포착됐다. 군은 해당 인원을 찾기 위해 병력을 출동시켜 긴급 작전을 펼쳤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군은 오후 10시40분쯤 이 인원이 MDL 이북으로 넘어간 사실을 TOD를 통해 최종 확인했다.

감시장비가 이중으로 작동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부대까지 출동했지만, 결과적으로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뒤 신병 확보 작전에 돌입하기까지 군은 3시간가량 월북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요원들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월북한 우리 공무원에게 총을 쏴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일이 있어 군 당국은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2일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군 당국은 월북자를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여부 등도 파악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함께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월북 이후 (북측) 미상 인원 4명이 식별됐다”면서 “월북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등은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월북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지난해 2월 ‘오리발 귀순’, 2012년 10월 ‘노크 귀순’ 등으로 홍역을 치른 육군 22사단이다. 22사단은 전체 부대에서 유일하게 전방과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제한된 인력에 비해 감시 업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만큼 사건·사고도 잦아 군 간부의 징계가 빈번해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군 당국은 이곳에서 여러 사건 이후 과학화 경계감시장비 성능 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번에도 월북을 저지하지 못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