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연간 거래량이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급락했던 2012년에 맞먹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거래 신고건수는 총 4만1713건(1일까지 접수된 통계)으로 집계됐다. 2012년(4만1079건) 이후 최저치다. 직전 연도인 2020년 거래량(8만1189건)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난 거래량이다.
이는 실거래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2012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다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까지 겹치며 서울 아파트값이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폭(-6.65%,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하락한 시기다. 이 여파로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2006년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가장 적었다.
2012년 당시는 가격 급락으로 거래량이 침체했던 반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1월까지 7.76%나 뛰며 2006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해였다는 점에서 더욱 특징적이다.
금융 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관리 방안과 금리 인상,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고점 인식 등이 동시다발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관련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거래량 급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에 특히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706건으로 전월(4217건)의 64% 수준으로 줄어든 뒤 10월 2174건, 11월 1354건으로 계속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9월 1849건, 10월 1519건, 11월 1163건) 이후 각각 13년 만에 최저치다.
12월 거래량은 이달 1일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567건에 그쳐 2008년 12월(1523건)보다 더 밑돌 것으로 파악돼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구별로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심각했다.
도봉구는 지난해 거래량이 1819건으로 2020년(4374건) 대비 무려 58.4%가 급감했고 강북구도 2020년 2112건에서 지난해 898건으로 57.5%나 줄어들었다. 2020년 거래량이 8724건에 달했던 노원구는 지난해 거래량이 3834건으로 56% 감소했다.
송파구(-54.8%), 강동구(-53.2%), 강서구(-51.1%), 은평구(-51.4%) 등도 거래량이 작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매물 감소 속에 가격 하락세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난여름까지는 매물이 줄면서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많았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직전 거래가보다 수천만원씩 내린 하락 거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시적 2주택자나 개인 사정으로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수요자들이 내놓는 급매물을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집값 관련 통계를 봐도 하락 지표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 하락 지역이 2주 전 은평구 한 곳에서 지난주엔 은평·강북·도봉구 3곳으로 증가했다.
도봉구 도봉동 서원아파트 전용 40㎡는 지난달 3일 직전 11월의 거래가(4억3000만원)보다 3000만원 낮은 4억원에 계약이 이뤄졌고, 쌍문동 한양2차 전용 84.9㎡는 지난해 11월 말에 직전 거래가(9월 7억원)보다 1500만원 떨어진 6억8500만원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주 93.5를 기록하며 2019년 9월 16일(93.0)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