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확산이 미국을 압도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악의 계절’로 평가받던 지난겨울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1월 의료시스템 위기설’을 낳았던 미 보건당국 예측치보다 심각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체 집계 결과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해 12월 31일 37만8516명을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주 전보다 201% 증가한 수치다.
CNN도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데이터를 인용해 31일 기준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38만6000명으로 새 기록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최다치는 지난주에만 4차례나 새로 작성됐다.
수도인 워싱턴DC와 뉴욕시 신규 확진자는 2주 전보다 각각 9배, 7배 증가했다. 워싱턴DC와 뉴욕주, 뉴저지, 푸에르토리코 지역은 지난겨울 확산세의 3배를 넘어섰다. 플로리다,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 델라웨어, 메릴랜드, 일리노이 등 지역도 최근 확산세가 지난겨울의 2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요 연구기관의 코로나19 시나리오 모델링을 분석해 ‘연말까지 최대 하루 25만~30만 명 수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난달 중순 예측했었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전문 기관들의 예측 모델을 훨씬 웃돈 셈이다.
CDC는 “다양한 독립 연구기관의 예측을 종합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을 해왔지만, 신규 사례와 입원 및 사망 추세의 급격한 변화는 안정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며 “최근 예측 모델이 추정치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낮았다”고 밝혔다.
CNN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전례 없는 속도로 폭증해 미국인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높은 확진자 수는 이미 국가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의료시스템 압박을 받는 지역이 크게 늘고 있다. 미 보건당국에 ‘심각한 병원 인력 부족 상태’를 보고한 병원은 19.6%로 2주 전보다 2.6% 포인트 늘었다. 전체 병원 5곳 중 1곳이 몰려드는 환자로 인해 의료·간호 인력 부족을 호소한 것이다.
메릴랜드주의 한 대학병원은 전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용자원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주지사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병원에 1250명가량의 방위군을 배치했다.
필수인력 부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시 소방서는 “진짜 비상상황에만 911에 전화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구급 인력들이 코로나19 증상으로 병원에 가려는 시민 호출에 압도당하면서 정말 위급한 사람들의 도움이 늦어지고 있다며 자제를 부탁한 것이다. 뉴욕시교통공사(MTA)는 지난주 지하철 일부 노선 운행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시내티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방서 인력 부족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필수 행정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취소된 미국 항공편은 모두 1만2000편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진 등에 따른 항공 인력 부족에 서부 지역 폭설 영향이 겹쳤다.
베일러대 피터 호테즈 교수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전례 없는 사회적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운대 메건 랜니 교수도 “내가 걱정하는 건 연방 정부나 주 정부 명령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아파서 경제가 셧다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