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음악회와 함께 ‘검은 범의 기운’ 받으세요

입력 2022-01-02 07:00 수정 2022-01-02 11:49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무직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를 지휘하고 있다. (c) Dieter Nagl·빈필 공식 페이스북

신년음악회(New Year's Concert)는 평화와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새해 첫날 열리는 음악회다. 서구에서는 워낙 새해 전날 카운트다운 파티를 즐기기 때문에 신년음악회보다는 전야 콘서트(New Year's Eve Concert)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비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신년음악회가 많이 열리지만 새해 첫날 대신 1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에 개최된다.

신년음악회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다.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빈에서는 1838년부터 신년음악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를 내세운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나치 시절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해 전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나치 독일은 오스트리아인의 불만을 잠재울 목적으로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와 폴카로 이뤄진 콘서트를 1939년 12월 31일 처음 개최했다. 당시 클레멘스 크라우스 지휘로 열린 빈필의 콘서트는 이후 2회를 1940년 12월 31일 아닌 1941년 1월 1일 개최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 관객과 만난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무직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를 지휘하고 있다. (c) Dieter Nagl·빈필 공식 페이스북

2차대전 이후 나치의 흔적을 지우는 중에도 살아남은 빈필 신년음악회는 오스트리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최근 신년음악회 티켓은 선착순 예매방식이 아닌 응모추첨 방식으로 판매되는데, 매년 봄 한달간 온라인에서 이듬해 신년음악회 티켓을 위한 신청을 받는다. 신년음악회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12월 31일 전야 콘서트, 12월 30일 프리뷰 콘서트까지 만들어지게 됐다. 또한 1975년 음반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빈필 신년음악회는 초기의 몇 년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만들어지고 있으며 최근엔 DVD로도 나오고 있다.

또한 빈필 신년음악회는 오스트리아에서 1959년부터 녹화중계 되다가 1989년 처음 생중계 됐다.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90개국에 생중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메가박스에서 1일 저녁 생중계 됐으며 9일 밤 KBS에서 녹화중계된다.

국내에서도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을 맞아 전국 주요 공연장에서 신년음악회가 잇따라 열린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열리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 대면으로 열린다. 시작을 알리는 것은 4일 국립정동극장의 신년음악회 ‘호기(虎氣): 범의 기운’이다. 극장 설립 27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신년음악회로, 전통·클래식·뮤지컬 등 여러 장르 무대로 꾸민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인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 뮤지컬 음악감독 이성준, 소리꾼 정지혜 정보권, 기타리스트 백하형기, 국악팀 ‘줄헤르츠(JUL Hz)’,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타악팀이 출연한다. 민화 속 호랑이를 다양한 영상으로 제작해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국립정동극장·서울시향·조이오브스트링·국립극장 신년음악회 포스터.

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전당이 1989년부터 매년 공동주최하고 있는 신년음악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치러진다. 예술의전당 네이버TV와 유튜브, KBS 유튜브 그리고 모바일앱 my K에서 생중계하는 이번 음악회는 최수열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과 함께 소프라노 임선혜, 바리톤 김기훈, 피아니스트 손열음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첼리스트 한재민 등 스타 연주자들 및 다문화어린이합창단 아름드리가 참여한다. 오페레타 ‘캔디드’ 서곡,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 ‘임파서블 드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A장조 S.125, 드라마 ‘오징어게임’ 테마곡 등을 들려준다.

예술의전당은 독자적으로 가곡 신년음악회 ‘2022 굿모닝 가곡’을 7일 두 차례 개최한다. 이 음악회는 공식적인 신년음악회라기보다 최근 가곡 활성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의 기획이다. 양재무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소프라노 박미자 김순영, 테너 김재형, 바리톤 고성현, 이마에스트리 합창단이 출연한다. 배우 김명곤이 변사로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봉선화’ ‘가고파’ ‘선구자’ ‘동심초’ ‘비목’ ‘명태’ ‘그리운 금강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대표적인 가곡들을 모았다. 예술의전당은 앞서 2021 송년음악회도 가곡으로 가득 채웠다.

예술의전당 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주최하는 신년음악회(왼쪽)와 7일 단독으로 개최하는 신년음악회 포스터.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힘내요_서울시민’이란 타이틀의 이번 음악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됐다. 경기필 상임지휘자 출신으로 최근 유럽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성시연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 한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한다. 판매 수익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된다.

국내 대표적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Hello, 2022’를 타이틀로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음악회에는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악장 바이올리스트 변지혜, 퍼커셔니스트 심선민이 협연자로 나선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 생상스 ‘죽음의 무도’, 크라이슬러 ‘사랑의 기쁨과 슬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과 ‘봄의 소리 왈츠’ 등을 들려준다.

국립극장은 14일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신년음악회를 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월 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년음악회를 열고 작곡가 손다혜가 쓴 ‘하나의 노래, 애국가’를 초연한다. 손 작곡가가 ‘대한제국 애국가’ ‘임시정부 애국가’와 오늘날의 애국가 등 세 곡을 재구성해 쓴 신곡이다. 공연 2부에선 크로스오버 작곡가 양방언과 남성4중창단 라비던스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며 자신들의 대표곡을 들려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