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이우환·김환기·샤갈…2021년 뜨거웠던 미술품 경매 톱10

입력 2021-12-31 23:24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기준 경매가 톱5 미술 작품. 서울옥션 케이옥션 제공

2021년 한해 동안 가장 주목받았던 경매 미술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던 상위 10개 작품을 정리했다.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호박’ 등 경매시장을 이끌어온 ‘대장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5점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다. 그 다음으로 이우환·김환기·마르크 샤갈이 각각 2점씩 포함됐다.

2021년 미술 경매 시장은 그 어떤해보다 뜨거웠다. 지난 31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경매시장 규모는 3294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한 해 전 1139억원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총 출품작은 3만2955점, 낙찰작은 2만2235점이었으며 낙찰률은 67.47%로 집계됐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미술시장 급팽창세에 관해 “‘이건희컬렉션 기증’이 미술품 수집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전환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MZ세대 중심의 수요층 세대교체 바람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위 쿠사마 야요이 ‘호박’ 54억5000만원

쿠사마 야요이의 1981년작 ‘호박’. 서울옥션 제공

올해 국내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미술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92)의 노란 색채의 1981년 작 ‘호박’이다. 이 작품은 국내 소개된 쿠사마의 회화 중 가장 큰 50호(116.7×90.3㎝)로 지난해 11월 23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54억5000만원에 팔렸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쿠사마가 본격적으로 호박 연작을 시작하던 초기작이라 희소성이 높다.

유년시절 정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쿠사마는 자신의 호박 연작에 관해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이라며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위 마르크 샤갈 ‘생폴드방스의 정원’ 42억원

마르크 샤갈이 1973년에 그린 '생 폴 드 방스의 정원'. 케이옥션

2위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색채의 마법사’ 마르크 샤갈(1887~1985)이 1973년 그린 꽃 그림 ‘생폴드방스의 정원’(Les Jardins de Saint Paul)이다. 지난 5월 26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42억원에 낙찰됐다.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샤갈 작품 중 최고가다.

이 그림은 샤갈과 첫사랑 벨라를 그리고 가운데 분수처럼 뿜어져 올라가는 꽃다발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는 샤갈이 1985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샤갈의 마을’로 불린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샤갈 1975년 작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과 함께 생폴드방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주목받았다.

3위 김환기 붉은 점화 ‘1-Ⅶ-71 #207’ 40억원

김환기의 붉은 점화 '1-Ⅶ-71 #207'. 서울옥션 제공

3위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희소성 높은 붉은 점화(‘1-Ⅶ-71 #207’)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24일 4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환기의 말년작 중에서도 ‘붉은 점화’는 같은 크기의 푸른 점화나 검은 점화에 비해 찾아보기 드물다.

4위 쿠사마 야요이 ‘골드스카이네트’ 36억5000만원

쿠사마 야오이의 2015년작 '골드스카이네트'. 서울옥션 제공

‘수학 1타강사’ 현우진씨가 구매해 화제를 모은 쿠사마 야요이의 2015년작 ‘골드스카이네트(Gold-Sky-Nets)’가 4위로 기록됐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3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공동 5위 이우환 ‘동풍’ · 쿠사마 야요이 ‘인피니티네트(WFTO)’ 31억원

이우환 1984년 작 '동풍' 서울옥션

쿠사마 야요이 'Infinity-Nets (WFTO)'. 서울옥션 제공

이우환(85)의 1984년 작 ‘동풍’(East winds)과 쿠사마의 2016년 작 ‘인피니티네트(WFTO)’가 낙찰가 31억원으로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 이우환의 ‘동풍’은 지난해 8월 한국 생존 작가 중 미술시장에서 30억원을 넘긴 첫 사례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물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는 일본의 예술운동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거장이다.

서울옥션은 “동풍은 자유로운 운율과 리듬에 따라 일률적인 질서가 해체된 ‘Winds’ 시리즈 가운데 손꼽히는 수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우환의 Winds 시리즈는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공개적으로 호감을 드러내 대중에게 더 잘 알려진 바 있다.

‘인피니티네트(WFTO)’는 쿠사마의 2016년 작품으로 무한그물망을 형상화한 연작 중 한 점이다. 이 역시 수학강사 현우진씨가 지난해 7월 낙찰받아 화제를 모았다.

6위 김환기 전면점화 ‘27-XI-71 #211’ 30억5000만원

김환기 1971년작 전면점화 ‘27-XI-71 #211’. 서울옥션 제공

6위에는 김환기의 전면점화 ‘27-XI-71 #211’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팔렸다. 일명 ‘무지개색’으로 불리는 이 전면점화는 김환기가 주로 한 가지 색감으로 전면점화를 채웠던 것과 다른 드문 경우라 주목을 받았다.

7·8위 쿠사마 야요이…‘실버네트(BTRUX)’ 29억원 ‘인피니티네트(KPEU)’ 25억5000만원
‘실버네트(BTRUX)’ 쿠사마 야요이. 서울옥션 제공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네트(KPEU)’. 서울옥션 제공

7위와 8위에는 쿠사마의 연작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실버네트(BTRUX)’는 지난해 6월 29억원에, ‘인피니티네트(KPEU)’는 지난해 9월 25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 두 작품 모두 수학강사 현우진씨가 구매한 것을 SNS를 통해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공동 9위 쿠사마 야요이 ‘인피니트네트(GKSG)’ · 마르크 샤갈 ‘파리 하늘의 연인’ 23억원
쿠사마 야요이 '인피니트네트(GKSG)' 서울옥션 제공

마르크 샤갈 ‘Le couple au-dessus de Paris’. 서울옥션 제공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네트(GKSG)’와 마르크 샤갈의 1980년대 작품 ‘파리 위의 연인(Le couple au-dessus de Paris)’ 각각 23억원에 낙찰돼 공동 9위에 올랐다.

샤갈의 ‘파리 하늘의 연인’은 지난해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판매됐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꼭 껴안고 마을 위를 내려다 보고 있는 정겨운 그림이다. 그림 속 연인은 샤갈과 21살 때 파리에 정착하면서 만난 운명의 첫사랑 벨라다. 벨라는 30년 넘게 샤갈과 함께 살다가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전염병으로 갑작스럽게 삶을 마쳤다. 이 전까지 샤갈의 그림 속 뮤즈로 등장했다.

공동 10위 쿠사마 야요이 ‘인피니트네트(OWTTY)’ · 이우환 두폭화 ‘점으로부터’ 22억원
쿠사마 야요이 '인피니트네트(OWTTY)'. 서울옥션 제공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네트(OWTTY)’와 이우환의 두폭화 ‘점으로부터’ 각각 22억원에 낙찰돼 공동 10위에 올랐다.

이우환의 이 그림은 지난해 6월 시작가 15억원에서 출발해 22억원에 낙찰됐다.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린 ‘동풍’이 이름을 올리기 전까지 국내 생존작가 경매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