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위 폐지 찬성’ 중앙대 학생 59명 실명 공개 논란

입력 2021-12-31 15:57
중앙대 성평등위 인스타그램 캡처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성평위) ‘뿌리’가 지난 10월 성평등위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던 총학생회 확대운영위 참석자 59명의 실명 및 소속 학부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개인 신상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그간 성평등위의 페미니즘 활동을 비판하는 백래시(반발)가 과도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앙대 성평위는 30일 인스타그램에 ‘한 해 동안 중앙대 성평등을 빛낸 분과 발전이 필요한 분을 발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성평위는 성평등 걸림돌상으로 ‘성평위 폐지에 찬성한 59명의 대표자’를 꼽았다. 59명의 실명 및 소속 학부, 학과가 그대로 노출됐다.

중앙대 성평등위 인스타그램 캡처

해당 59명은 앞서 중앙대 총학생회 확대운영위에서 성평등위 폐지에 찬성했던 학생대표자들이다. 지난 10월 8일 확대운영위는 성평등위 폐지 안건을 출석 인원 101명 중 찬성 59명, 반대 21명으로 가결했다.

성평등위는 지난 2013년 폐지된 중앙대 총여학생회의 대안 기구다. 지난 9월 30일 중앙대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성평등위 폐지를 위한 연서명이 올라왔었다. 회칙에 따라 학생 300명 이상의 연서명이 모였고 폐지 안건이 상정됐다.

당시 연서명 발의자(가명)는 “성평등위는 여성주의인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평등위는 당시 폐지 표결 후 입장문을 내고 “이 순간 우리는 중앙대의,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총여학생의 대안기구가 폐지되는 것은 전례가 없고 중앙대가 최초”라며 “성평등위 폐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평등위는 공식기구로는 폐지됐지만 제도권 밖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었다.

총학생회는 지난 10월 29일 성평등위 폐지를 페미니즘 백래시로 규정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은 성평위가 진행하고 있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제휴 사업, 생리용품 지급 사업, 성폭력 신고 창구 운영 사업을 총학생회로 이관해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평등위 폐지 이후에도 여진 계속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중앙마루에 모인 학생들이 성평등위 폐지 관련 백래시 혐오 규탄 공동행동에서 손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성평등위가 공식 기구로는 폐지된 후에도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2일 ‘2021 중앙대 백래시 대항 네트워크’는 중앙대 서울 캠퍼스에서 ‘성평등위 폐지 및 대학 내 백래시 규탄 공동행동’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총학생회는 성평등에 대한 책무를 방기하면서 동시에 성평등위의 자치권과 독립성을 점차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성평등위가 찬성 측 대표자 실명 명단을 공개하면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중앙대 학생은 “본인들이 뜻하는 바를 학생대표자들에게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구 성평등위에 개인적으로 ‘비논리상’을 드리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실명 공개는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59명이 집단 소송을 내야 한다” “넷플리스 ‘지옥’의 화살촉과 다를 게 뭐냐” 등의 비판글도 있었다. 중앙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너희가 그렇게 보호하려 했던 인권 속에 신상 팔려서 두려움에 떨지 않을 권리도 있지 않느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트위터 등에는 “여자가 싫어서 성평등위 폐지에 동참해놓고 욕먹는 것은 싫은 거냐” “학생 대표자 회의 안건에 누가 찬성, 반대를 했는지 모르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냐” 등의 반박 의견도 올라왔다. 앞서 중앙대 에브리타임에 이미 성평등위에서 활동하는 학생의 신상도 공개됐었다는 지적도 있다.

성평등위는 논란이 일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성평등위가 올렸던 실명 명단은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퍼나르기 돼 남아있는 상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