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30일(현지시간)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병력 집결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긴장 완화를 요구했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소련 국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정치군사연합체인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약하길 원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단 러시아와의 협상에는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러시아는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배치를 늘려 내년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미국은 러시아의 국제결제망 퇴출과 수출제한 등 초강력 제재카드를 검토하며 러시아를 압박해왔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통화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미러간 양자 전략 안정화 대화를 시작으로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외교적 해법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실질적인 대화의 진전은 긴장 고조보다는 긴장 완화 국면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러시아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의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미러 양국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측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새해에도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 협상의 모멘텀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였다면서 이번 통화가 열려 있었고, 실질적이며 구체적이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