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0시 특별사면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어의 몸이 된 지 4년 9개월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광장이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었던 풍경은 이날 다시 재현됐다.
박 전 대통령의 복귀를 환영하는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석방을 환영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과거 직함을 쓰지 않고 ‘대통령’으로 존칭해왔다. 반면 그의 사면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럴려고 촛불 들었나’ ‘누구 맘대로 풀어주나’라는 손팻말과 함께 다시 촛불을 꺼내 들었다.
박근혜 지지자들, 폭죽 터뜨리며 환호
이날 자정이 가까워 올 무렵 친박근혜계 정당인 우리공화당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숫자 카운트다운 전광판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의 사면효과가 발효되는 순간을 축하했다. 자정이 된 순간에는 하늘을 향해 폭죽 여러 발을 터뜨렸다.병원 인근 길거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현수막이 십여개 이상 걸렸다. 이날 저녁 현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 복귀한다”는 구호도 울려 퍼졌다.
병원 앞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는 화환이 장사진을 이뤘다. 우리공화당 측에 따르면 화환 1000여개가 병원 인근에 도착했다고 한다. 화환에는 ‘대통령님 강건하세요’ ‘쾌유를 기원합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한쪽에선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전국민중행동 관계자 및 시민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모였다.이들은 ‘이럴려고 촛불 들었나. 박근혜 사면반대’ ‘국민이 감옥 보낸 박근혜를 누구 맘대로 풀어주나’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촛불정신 배반한 문재인정권 규탄한다’는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사면 반대 현장에서는 ‘박근혜 사면 다시 감옥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바닥에 깔아놓고 밟고 지나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따로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당분간 병원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공화당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석방 이후 회복하려는 의지가 달라졌다”며 “내년 2월을 지나 거처가 마련되면 퇴원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