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선판 어떻게 뒤흔들까

입력 2021-12-31 05:28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 발부 당시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사진은 특별사면·복권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적힌 노트. 연합뉴스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0시 특별사면되면서,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자유의 몸이 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의 표심에까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지만, 그 방향은 미처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대로 당분간 신병 치료에 전념하며, 별다른 정치 활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는 전날 공개된 옥중 서신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서문에서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며 활동 재개를 암시하기도 했다.

서신을 통해 탄핵 절차에 대한 부당성과 억울함을 거듭 드러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명예 회복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 측에서는 내심 박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의 대의에 공감해 지지 의사를 밝혀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윤 후보가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구원’을 극복하고 공개 지지를 얻는다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전후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지속 발신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전날에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며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토론회에선 자신이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한 것과 관련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환호하는 지지자들. 연합뉴스

동시에 대선 국면에서의 유불리를 따진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비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선대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총괄상황본부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윤 후보 메시지의 완급 조절에 각별히 공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정부·여당의 보수 분열책일 수 있다는 경계심 속에서도 옛 친박계를 중심으로 윤 후보에 대한 노골적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옛 친박계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선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후보 교체론을 거론하며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 주변에 유독 옛 친이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자칫 과거 보수 궤멸의 시발점이 됐던 계파 갈등의 여진이 돌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집에서 한 지지자가 과거 친이계로 분류됐고 현재는 윤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탄핵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실을 끄집어내자 “거짓말로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누구라도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