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숙소 10일 이상 제공·스마트워치 1만대… “피해자 보호 최우선”

입력 2021-12-30 20:26

경찰이 인천 흉기난동 부실대처 사건, 잇단 신변보호 피해자 피살 사건 등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훈련 강화 등 현장 대응력 전반을 쇄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달 김창룡 경찰청장이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사용하라”고 당부한 이후 총기류 사용 건수가 2배로 뛰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공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은 30일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 간담회를 열고 부실 대처 논란에 대한 재발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현장 대응의 패러다임을 ‘사건 해결’을 넘어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적극적 국민 보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에 사용하던 ‘신변보호’ 용어 대신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한다. 경찰은 “기존 용어는 피해자 밀착 경호로 오인될 수 있고 피해자가 수동적 입장을 비칠 수 있어 능동적 의미인 ‘안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고 접수 시 위험 단계를 세분화해 고위험 피해자에게는 안전 숙소를 10일 이상 제공하고 보호시설 입소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도 마련한다. ‘관계성 폭력’으로 분류되는 전·현 연인,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에 대해서는 초동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반복 신고’ 역시 강력 사건으로 비화 가능성이 큰 만큼 신고 이력을 자세히 살핀다.

스마트워치 관련해서는 위치측정 성능, 볼륨 조절 기능, 배터리 용량 등을 개선한다. 앞서 스마트워치 위치 값이 실제 사건 발생 장소와 떨어져 있어 현장 출동이 늦어진 것에 대한 개선책이다. 스마트워치 보급도 확대한다. 현재 보급된 스마트워치는 3700대로 내년에는 1만대까지 늘린다. 현장 지원 능력도 강화한다. 특히 건물 내 피습, 흉기 난동 등에 대해 집중 훈련을 실시한다. 또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내년 상반기 중 도입한다.

이날 경찰은 적극적인 물리력 사용을 위해 직무 관련 형사책임 감면 규정을 담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개정안 시행 전임에도 물리력 사용이 늘었다. 지난달 김 청장이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당부한 뒤 경찰의 총기류(권총·테이저건) 사용은 월평균 35.2건에서 68.9건으로 한 달 사이 2배 증가했다. 하지만 경찰은 더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경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공권력 남용·물리력 과잉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잇단 부실 대처 논란은 물리력 사용을 주저했기 때문이 아니라 훈련 부족에 따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실적인 매뉴얼을 세우고 현장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훈련 및 인력 충원 등 조직 차원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