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사고 감춘 것 없어…진실의 힘 믿어 침묵”

입력 2021-12-30 20:14 수정 2021-12-30 22:42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공개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는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었다”며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책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답장이 담겨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자정(31일 0시) 석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책에서 국정농단 사건 재판 및 언론보도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려질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가짜와 선동은 그 스스로 무너지고 파괴된다는 믿음으로 참고 견디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정농단 수사를 이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한 지지자가 보낸 편지에 윤 후보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등장한다. 서울 잠원동에서 편지를 보낸 한모씨는 윤 후보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를 기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윤석열의 이름 석 자는 제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그가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일까”라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답장에서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가 하나의 종교가 됐다’는 97년생 유모씨의 편지에는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 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답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제 분노의 념(念)을 거두고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는 일에 힘을 실어 지도해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게 주신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제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