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명의자 이순자 여사 등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민사 소송을 통해 연희동 자택의 명의를 실소유자로 의심되는 전씨 앞으로 돌린 뒤 추징을 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씨의 남은 추징금은 약 956억원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진승)는 지난 10월 12일 서울서부지법에 이씨와 전씨의 옛 비서관 이택수씨 등 11명을 상대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연희동 자택의 본채 명의는 이 여사, 정원 명의는 비서 이씨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법원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이후 본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가액은 약 25억6500만원이다.
검찰 측은 연희동 본채는 전씨의 차명재산이므로, 명의 등기 자체가 무효이며 이를 실소유자였던 전씨 앞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피고 명단에는 전씨의 아들 재국씨도 들어있다.
앞서 대법원은 연희동 본채와 정원에 대한 검찰의 압류 집행은 위법하다는 전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본채와 정원은 그가 대통령 취임 전에 취득한 것으로, 불법 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공무원범죄 몰수법상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고법 판결을 확정했었다.
다만 당시 법원은 “검사는 국가를 대표해 피고인(전씨) 재산에 대해 추징 판결을 철저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며 “부동산이 차명재산에 해당될 경우 전씨 앞으로 소유자 명의를 회복한 다음 추징을 집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이번 소송도 사실상 이와 동일한 논리로 진행되는 셈이다.
그런데 전씨가 소송 제기 이후인 지난달 23일 숨지면서, 사망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해 부동산을 추징하는 게 가능할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상 이런 경우 명의는 사망한 사람 대신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검찰이 승소하더라도 연희동 자택 소유권이 다시 이씨와 아들 재국씨 등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검찰은 부동산 명의가 전씨의 상속인들에게 돌아가더라도, 추징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씨와 재국씨가 피고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도 소유권 이전 소송이 진행될 순 있는 상황이다.
전씨는 연희동 자택을 1969년 부인 이씨 명의로 사들였다. 대통령 퇴임 직전인 1987년에는 인근 부동산을 추가로 매입해 자택은 본채·별채 및 4개 필지를 합해 500평 규모로 불었다.
그의 며느리 이윤혜씨가 소유한 별채의 경우 법원이 재임 기간 뇌물로 마련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압류 집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법원에 상고장을 냈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검찰이 부인 이씨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도 해당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