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 중 연합할 수 있기를 기대”…안철수와 연대 시사

입력 2021-12-30 18: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0일 야권 인사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연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이 커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당선 뒤 탕평 인사를 할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최대한 진영을 가리지 않고 협치정부, 통합정부 쪽으로 가려 한다”며 “통합한다면 선거 뒤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연합해낼 수 있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집권에 대비한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관해서도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의 연합’은 안 후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안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으로 비치지 않는 선에서 완곡히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고 구체적으로 연합 대상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조회 논란에 대해선 “법령에 의한 행위라 사찰이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여당 빼고 야당만 (조회)했다면 문제”라고 덧붙였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여부에 대해선 “안 하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가 ‘우리는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니 미국은 ‘양해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우리는 (미·중 사이에) 낀 상태가 아니고 둘을 아우르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냈다. 이 후보는 “(남북 간에) 지킬 수 없는 합의는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합의했으면 지켜야 하는 데 충분히 지키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해서는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사실상 (전쟁이) 끝났을지라도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게 맞다”며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위치한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선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저도 과거에는 그린벨트 훼손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시장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일부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택지공급도 유연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는 “(지금 하더라도) 선택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직원들의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더 철저한 조치들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대선 전에 대장동 특검 도입에 합의하고 대선 후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한다면 좋다.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면 빨리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특검을 임명하는 형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정치보복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치보복은 가장 나쁜 정치 행태”라며 일축했다. 자신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선 “제 잘못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