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우주 독점’ 논란… 머스크 “우주 넓잖아?”

입력 2022-01-01 06:00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 인공위성 남발로 우주를 독점한다는 비판에 대해 “우주는 넓다”는 말로 되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주는 광활하게 넓으며 인공위성은 매우 작다”며 “지구 궤도에는 수백억개의 인공위성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위성이 오지 못하게 막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우주에 어떤 시도를 하는 것을 차단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6일 “머스크가 자신만의 우주 질서를 창조하고 있다”며 스페이스X의 우주 독점을 비판했다. ESA의 국장 조세프 아쉬바허는 “머스크가 진행하는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프로젝트’로 인해 위성 산업이 방해를 받고 있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무선 주파수와 궤도 슬롯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프로젝트’란 지구 전체를 감싸는 수만개의 인공위성을 활용해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스페이스X의 사업이다. 이 업체는 이미 2000여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향후 수만개를 안착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머스크는 이외에도 유인 우주왕복선을 활용해 화성에 지구 식민지를 개척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머스크가 우주 황제를 꿈꾸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머스크는 한때 트위터 프로필에 자신을 ‘화성 황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머스크를 향한 ESA의 비판은 SNS상의 농담에 그치지 않고 우주 질서에 대한 현실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머스크는 인공위성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2000여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주변 저궤도에 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지구에 약 20억대의 자동차가 잘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하지만 천체물리학계는 머스크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나단 맥도웰 연구원은 “1만7000마일로 이동하는 우주선은 충돌 위험이 생기면 궤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남겨 둔다. 이 속도에서 3초 간격을 유지한다면 각 궤도는 1000개의 위성만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에서 움직이는 20억대의 자동차를 인공위성에 비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맥도웰 연구원은 “수많은 위성의 궤적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태양의 기후변화가 궤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위성 간 충돌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항공우주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인공위성 남발에 대한 비판보다 국제 질서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주 컨설팅 기업 아스트랄리티칼의 분석가 로라 포르치크는 “특정 항공사가 많은 노선을 차지할 때에도 이런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 누구도 하늘을 소유하지 않았다. 모두가 하늘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천개의 위성을 사용한 새로운 통신망 경쟁이 일어나는 시대에 궤도 공간을 어떻게 분배하고 우주 공간의 교통을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조율·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