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후견인 된 딸, 재산 처분 맘대로 못해요”

입력 2021-12-30 15:58

A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후견인으로 선임됐다. 그는 그동안 모자랐던 어머니의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머니 예금계좌의 돈을 인출하러 은행에 갔다. 어머니 명의의 부동산 매매를 알아보려고 중개사무소도 방문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당장 돈을 인출할 수도, 부동산을 처분할 수도 없었다. 후견 제도를 잘 모른 채 후견인으로 선임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와 같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이들을 위한 안내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대법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고 30일 밝혔다. 후견제도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피후견인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고령의 나이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인의 법률행위를 돕기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로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신해 2013년 7월부터 시행됐다. 가족의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면 후견제도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 후견을 신청했다가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후견인의 경우 후견사무를 수행할 의무가 부과되고, 법원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A씨가 후견인 선임 직후 어머니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후견인은 선임되고 2개월 내에 피후견인의 재산을 파악해 법원에 재산목록보고서를 제출해야만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또 후견인이라고 후견 받는 사람의 모든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후견개시 심판문에 법원 허가를 얻도록 기재된 사항의 경우 반드시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후견인의 부동산 처분, 대출, 소송행위 등도 법원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허가가 이뤄진 뒤에도 매매대금은 후견인이 아닌 피후견인 계좌로 받아야 한다. 일단 후견이 개시되면 후견인 마음대로 후견을 그만둘 수 없고, 피후견인이 사망하는 등 후견사유가 없어진 때에만 종료된다는 것도 알아둬야 할 점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동영상이 후견제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견제도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피후견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