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는데 최고?…‘아베 마스크’ 황당한 인기몰이

입력 2021-12-30 11:42 수정 2021-12-30 14:12
아베노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야심차게 도입을 추진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비웃음을 샀던 일명 ‘아베노마스크’가 폐기 처분을 앞두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구두 닦는 용도로 써야겠다”며 일본 정부에 배포를 신청하고 있다.

지난 28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아베노마스크를 신청한 사람이 약 1만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마스크를 배포받으려는 이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 용도가 아닌 구두닦이·거즈 등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아베노마스크를 희망하는 개인과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고, 남은 것은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포 신청은 내년 1월 14일까지 받는다. 배포는 100장 단위로 배송료는 일본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누리꾼들은 아베노마스크 활용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시민은 구두를 닦는 데 유용하다며 후기를 공유했다. 고베시 한 치과에서는 마스크를 분해해 거즈로 재활용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베노마스크로 구두를 닦는 일본 네티즌. 트위터 캡처

일본 언론은 마스크 신청자가 늘면서 정부는 배송료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아베노마스크는 조달 초기부터 품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마스크는 세로 9.5㎝, 가로 13.5㎝ 크기로 귀걸이 끈에 신축성이 없어 입이나 코 전체를 가리지 못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마스크 안에서 곰팡이나 벌레가 발견되는 등 불량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초 아베노마스크는 약 2억6000만장 생산돼 일반 가정 및 요양시설, 어린이집 등에 배분될 계획이었으나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겠다는 수요가 거의 없어 상당량이 재고로 전락했다.

일본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전체 조달 수량의 3분의 1 수준인 8130만장이 재고로 남아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115억엔(약 11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관리와 처리에 드는 비용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재고 마스크 보관비로만 6억엔(약 62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