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우리 아들 잘 봐주세요”… 운동부 촌지 여전

입력 2021-12-30 10:18 수정 2021-12-30 11:38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운동부와 예체능 고등학교에서 촌지나 불법 찬조금 제공이 여전히 이뤄지는 정황이 포착됐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학부모 모금이나 간부 학생 부모들에게 일정액을 할당하는 돈은 불법 찬조금에 해당하지만, 이러한 불법 모금과 촌지 수수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10월부터 두 달간 전국 1000여개 공립 초중고교 운동부와 25개 공립 예체능고교 학부모 3113명을 대상으로 부패인식 및 경험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2.12%가 ‘학부모회 등을 통해 불법 찬조금 모금을 요구받거나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인적으로 촌지를 요구받거나 제공했다는 응답(0.84%)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촌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평균 1.79회, 92만8100원의 금액을 줬다고 했고, 불법 찬조금은 5.09회, 117만3000원이라고 답했다.

촌지·불법 찬조금을 요구받거나 제공한 시기는 ‘주요 경기·대회 전후’가 34.7%(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다. ‘스승의 날·명절·연말연시’(16.7%) ‘수시로’(15.3%) ‘행사와 같은 특별한 때’(12.5%) 등의 순이었다.

촌지·불법 찬조금을 제공한 이유는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고’(43.1%)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관행상·인사차’(37.5%)가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학교의 예체능 분야 전체 청렴 수준은 10점 만점에 7.79점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부패인식 조사상 학생 선발·관리 및 회계 운영 투명성, 특정 학생에 대한 특혜 제공 등 투명성과 공정성 관련 항목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청렴 수준 측정 결과 자료를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제공해 청렴 정책 수립 시 활용하도록 하고 학교 운동부 운영 등과 관련한 청렴 수준을 꾸준히 점검하기로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불법 찬조금 적발내역 및 조치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전국 63개 학교에서 적발된 촌지·불법 찬조금은 24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중 9곳에서 적발됐으며, 경기도가 35개 학교에서 21억7000여만원이 적발돼 전체 금액의 88.5%를 차지했다.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징계를 받은 적발된 63개 학교의 관계자 184명 중 해임·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이는 11명(6%)에 불과했다. 45명(24.5%)은 감봉·견책에 해당하는 경징계, 128명(69.6%)은 경고·주의 조치를 받았다. 해당 학교들이 학부모에게 돌려준 반납액은 58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의원은 “모금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발되더라도 가벼운 처벌이나 행정조치에 그쳐 촌지나 불법 찬조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촌지와 불법 찬조금을 뿌리 뽑기 위해서 학부모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알리고, 교육계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