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가 일하는 식당에 찾아가 인화물질인 ‘시너’를 뿌린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신변보호 대상이 된 피해 여성에 대한 주거지·통신 접근 제한 조치를 어기고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전날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전 여자친구인 B씨가 일하는 서울 동대문구 주점에 찾아가 인화물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인화성 물질인 시너를 주점 바닥에 뿌렸다. 다행히 B씨는 화장실에 있어서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B씨 지인의 얼굴에 인화물질이 튀었다.
당시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A씨의 몸에서는 흉기로 쓰일 수 있는 소지품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해당 물건이 직업상 소지할 만한 이유가 있고 피해자를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앞서 피해자 B씨는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A씨를 세 차례에 걸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처음 A씨를 신고했을 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두 번째는 ‘일이 바쁘다’고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해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B씨는 A씨를 지난 13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세 번째로 신고했고 경찰은 거주지와 통신 접근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이에 B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상태였다.
A씨는 거주지와 통신 접근 조치를 위반하면 입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B씨를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일하는 가게를 이미 알고 있던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찾아가 시너를 뿌렸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신변보호 대상자임을 확인했다. 이어 가장 높은 대응 단계인 ‘코드제로’를 적용했고, 형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강력수사팀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곧바로 유치장에 구금됐다. 피해자와 분리 조치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5일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력 강화 대책’에 따라 ‘심각’ 단계 스토킹 사건으로 분류하면서 내린 판단이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거나 피해자에게 살해 위협을 할 경우인 ‘심각’ 단계에서는 구속영장 신청이 적극 고려된다. 경우에 따라 최장 한 달간 유치장에 구금하는 조치(잠정조치 4호)도 가능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