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에서 ‘허버허버’ 못써…일제강점기? 남혐? 시끌

입력 2021-12-30 00:37 수정 2021-12-30 09:46
요기요 유저 A씨가 요기요 측과 '허버허버' 표현의 문제를 두고 상담을 나눈 모습. 트위터 갈무리

배달플랫폼 ‘요기요’ 측에서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한 소비자의 리뷰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요기요 측은 한 소비자와의 상담을 통해 “해당 표현을 포털 사이트 등에 검색하면 남성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누리꾼 A씨는 트위터를 통해 “‘허버허버’라는 단어 때문에 요기요 리뷰 등록이 막혀서 고객센터에 문의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난 2019년부터 ‘허버허버’를 사용했다”며 “뭐 먹을 때마다 ‘맛있게 빨리 먹는다’는 뜻으로 쓴 건데 논란을 만드는 일부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원래 사용하던 단어도 못 쓰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그 와중에 ‘허버허버’는 안 되고, ‘허버 허버’는 된다”며 “여성 혐오 단어인 ‘보이루’ ‘된장녀’는 금지 단어조차 아니더라. 요기요 성향 잘 알겠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A씨는 자신이 해당 단어의 사용 문제를 두고 요기요 측과 상담을 나눈 대화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A씨는 “리뷰를 쓰다가 ‘허버허버’라는 단어 사용으로 인해 막힌 상태라서 의문이 들어 메시지를 남긴다”며 “‘허버허버’라는 단어는 ‘급하게’라는 뜻인데 대체 왜 해당 단어 때문에 리뷰 등록이 안 되는 거냐”라고 문의를 남겼다.

A씨가 제시한 '허버허버'의 영어사전 결과. 네이버 어학사전 캡처

이에 요기요 측은 “혹시 어떤 의미로 사용하시는 거냐”라고 질문했고 A씨는 ‘허버허버(hubba-hubba)’의 영어 사전 결과를 보내며 “애초에 이런 뜻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A씨가 제시한 영어 단어 검색 결과에 따르면 해당 단어의 뜻으로는 ‘빨리빨리’ ‘급히’ ‘즉시’ 등이 있다.

A씨의 답변에 요기요 측은 “확인해보니 해당 단어는 남성이 밥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나타내고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하 표현으로 주장돼 금지 단어로 자동으로 걸러진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진심으로 그런 뜻이 있냐. 전 2019년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고, 한 번도 그런 의미로 사용한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요기요 측은 “저도 고객님 덕분에 처음으로 알게 됐으나, 그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이 된 것 같다”며 해당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라는 취지의 대응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답변 내용이 이해되지 않지만, 내가 더 뭐라 말해도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라고 허탈감을 표하며 상담을 종료했다.

29일 오후 트위터에는 요기요 탈퇴를 인증하는 다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허버허버’를 둘러싼 누리꾼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허버허버’가 남성들이 밥 먹는 모습을 비하한 남혐 단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실제 박지윤 전 아나운서, 양궁 선수 안산 등이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누리꾼들로부터 댓글 테러를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요기요 측이 이번 논란에서 언급한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를 떠올리는 비하 표현’이라는 주장엔 다수의 비판이 쏠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징용 피해자를 이런 곳에 이용하는 것은 선 넘은 것”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29일 오후 트위터에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요기요 탈퇴 인증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탈퇴를 인증하는 이들 대다수는 ‘허버허버’를 남성 혐오 단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요기요 측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