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29일 오후 2시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간호사 죽음과 관련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44일이 지났으나 진상규명은 제자리 걸음,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직장내 괴롭힘 및 노예 근로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허위 간호등급 신고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조사 실시를 요구한 바 있다. 한 달 이상 지난 현재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조사만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경찰수사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9일부터 고인을 추모하며 불합리한 처우 개선, 갑질 문화 근절 등 위해 병원 앞 캠페인 활동을 이어오다가, 다시 한 번 조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신규 간호사 죽음이 있은 지 3년이 흘렀고 똑같은 사건이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도 일어났다”며 “안타깝고 슬픈 일들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 현장은 3년간 무엇을 바꾸었나”고 반문했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또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신규 간호사 한 명이 환자 23명을 돌봐야하는 상황인데도 어떻게 간호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인력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노동강도 등 근본적인 문제는 3년 전과 같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 구조적인 모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인을 추모하며,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은 “신규 간호사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라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다들 그렇게 일하는 건 줄 알고 그저 참는다. 1년이라도 경력을 쌓아서 다른데라도 가보려고 정말 참아가며 일하고 있다. 병원측은 간호 인력 수급이 어렵다고만 말하지 말고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처우와 보상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와 생명을 지키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병원뿐 아니라 의정부고용노동지청, 보건복지부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서 간호사들이 희망을 품고 일할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 ▲특별근로감독도 감감 무소식인 점 ▲보건복지부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관계자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지만 인력운영과 인력확충, 신규 간호사를 위한 교육간호사 제도의 도입, 살인적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과의 면담을 통해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노예계약서 특약사항을 비롯한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일반적 근로감독만으로는 직장내 갑질을 비롯해 인력부족에 따른 과도한 노동, 그리고 노예 계약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수가 없다”며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어 “7개월차 신규간호사가 23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어떻게 간호등급이 1등급이 될 수 있는지,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간호등급 1등급을 받기 위해 허위신고하거나 인력을 편법 운영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의혹을 철저한 조사로 밝혀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노조는 서울아산병원 박00간호사, 서울의료원 서00간호사, 의정부 을지병원 신규간호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넘어서 고인들이 바라던 대로 의료 현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