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성·청소년의 문제를 다뤄온 유튜브 채널 출연을 돌연 취소했다. 이를 두고 이 후보가 해당 채널이 ‘페미니즘 편향적’이라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일정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 측은 29일 페미니즘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CBS 유튜브 채널인 ‘씨리얼’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대선판에 실망한 사람들의 자조 모임이 열린다. 이번 모임에서는 기호 1번 이재명 후보가 함께한다”며고 알렸다.
‘씨리얼’은 이후 행사 참석자를 모집하는 글에서 “요즘 청년은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이랑 경쟁해야 한다? 여사친은 청년 유권자가 아닌 걸까?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다했죠? 라니” 등의 문구를 내걸고 “이 후보에게 던지고 싶었던 날카로운 질문, 궁금했던 것, 함께 시원하게 풀어봅시다!”라고 썼다.
이 후보의 ‘씨리얼’ 참석 소식에 2030 남성들이 주회원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났다. 이들은 해당 채널을 페미니즘 성향으로 규정하며 이 후보의 출연은 ‘여성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사용자는 “민주당원이면 그냥 이쪽저쪽 다 가는 게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인사들이 많다”며 “왜 자꾸 거기(중립)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28일 디시인사이드에 직접 글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여러분들께서 주신 의견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락 없이 일정 담당하시는 선배님께 꼭 전달하겠다”며 “그리고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씨리얼은 이재명 측으로부터 일정 취소를 통보받았다. 씨리얼 제작진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내달 6일로 일정이 확정된 상태였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제작진은 “촬영을 하기로 해서 공지를 했고 공지한 지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번복됐다”며 “우리 방송은 사회의 다양한 카테고리와 분과를 다루는 방송인데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리 채널을 비하하는 표현을 담아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련의 과정에서 김 의원 등은 일부 지지자들 주장을 전혀 검증하지 않았다”며 “김 의원은 지지자들 의견을 그대로 받아서 바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내부 검토만 했을 뿐 공식적으로 확정된 일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일정을 담당하는 선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씨리얼 출연은 확정된 일정이 아니었다”며 “실무진과의 조율 과정에서 씨리얼 측의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페미니즘과는 전혀 상관없고, 확정 일정이 아니니 취소한 것도 아니다”라며 “추후 일정이 맞을 경우 출연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일정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선 “실무 차원의 조율 과정이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만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