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메타(옛 페이스북)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앱추적투명성(ATT) 적용을 두고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았던 두 회사의 신경전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인재 쟁탈전’으로 커지고 있다.
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최대 18만 달러(약 2억14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대상은 반도체 설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다. 실적에 따라 5만~18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받는다. 애플에 4년간 근무하는 조건이다.
애플이 예정에 없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나선 건 인재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서다. 특히 메타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달 사이 애플에서 메타로 이직한 엔지니어가 10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메타에서 증강현실(AR) 홍보책임자로 일하던 안드레아 슈베르트를 영입하면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충돌 지점은 AR과 가상현실(VR)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다. 두 회사 모두 미래사업으로 삼는 분야다. 애플카 개발이 불투명하자, 애플이 내년에 AR 헤드셋을 출시해 메타버스에 본격 진입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끌던 댄 리치오 수석 부사장을 올해 초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자로 내정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AR 및 VR 관련이라고 본다.
애플과 메타는 메타버스의 독보적 플랫폼 보유를 겨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앱스토어 등 모바일 기기 관련 생태계를, 페이스북은 SNS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면서 맞부딪힐 일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게 돼 갈등의 깊이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애플과 메타는 감정이 상할 데로 상한 상태다.
메타는 사명을 바꾸면서 메타버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자회사인 VR기기 제조회사 오큘러스를 메타버스 진입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메타가 방향타를 돌린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이 iOS 15 업데이트와 함께 앱추적투명성(ATT)을 적용한 게 치명상을 안겼다.
메타의 핵심 수익모델은 맞춤형 광고다.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해 성별, 나이, 인종 등에 최적화한 광고를 내보내 돈을 버는 구조다. 그런데 ATT 적용으로 이게 불가능해졌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하루에 20억명 가량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SNS이지만, 추가 성장을 도모하기 어려워졌다. 메타는 소상공인에게 위협이 된다면서 애플의 ATT 도입 계획에 반발하는 전면광고를 주요 신문에 내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서로를 비난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 경제매체 INC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두 회사의 철학이 정반대여서 싸움은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