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접종자 혈액 정부가 관리” 괴담에 헌혈 줄어들라

입력 2021-12-29 18:23 수정 2021-12-29 20:01

‘백신 미접종자의 피를 정부가 관리한다’는 등의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헌혈 수급 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헌혈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허위뉴스나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이 혈액 수급량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잠정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헌혈 기부문화 조성 및 헌혈자 예우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헌혈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나 SNS 글들이 실제 혈액 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는 취지다.

연구는 ‘헌혈’과 ‘헌혈 부작용’ 등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나 SNS 글이 게시됐을 때 국내 혈액 보유량이나 헌혈자수 등 수급 현황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복지부는 ‘헌혈 부작용’이라는 키워드가 확산된 배경에 코로나19가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헌혈이나 수혈을 할 때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낭설이 꾸준히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밝혀졌고 정부도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안내에 부심하지만,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직도 이 같은 가짜뉴스가 여전히 유통되는 실정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이 연구는 가짜뉴스와 헌혈 감소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헌혈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나 SNS 글들이 혈액 수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함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나 괴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허위 정보가 헌혈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백신 속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거나 ‘(백신에) 오염되지 않은 미접종자의 혈액이 향후 큰 돈이 될 것이다’ ‘미접종자 혈액은 (헌혈을 하면) 정부에서 관리한다’라는 등의 출처불명 주장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특정 가짜뉴스와 음모론만을 콕 집어 헌혈 수급량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한 적은 없지만, 현 상황을 심각하다고 보고 실시간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백신 가짜뉴스가 혹여나 혈액 수급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게다가 겨울철 헌혈이 줄어드는 계절적 특성도 겹쳐 부담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퍼져 나간다면 오해를 불식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혈 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국민 헌혈률은 5.04%에 머물렀고, 헌혈 건수는 전년대비 6.4% 떨어졌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7.2일분이다. 올해 적정 보유량(5일분)을 채운 날은 이날을 포함해 32일에 불과한 상황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