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합니다’ 대신 ‘나를 위해, 이재명’…슬로건에 담긴 이재명의 고민

입력 2021-12-29 18:1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줄곧 사용해오던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나를 위해, 이재명’으로 바꿨다.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탈피해 친근함과 겸손함으로 다가가겠다는 이 후보의 고민이 반영된 슬로건 교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29일 새 캐치프레이즈로 ‘앞으로 제대로’, 후보 슬로건으로 ‘나를 위해, 이재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의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2012년 대선)와 ‘나라를 나라답게’(2017년)를 만들었던 카피라이터 정철 선대위 메시지총괄이 이번 새 문구도 만들었다.

정 총괄은 새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앞으로’에는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고 ‘제대로’는 빈틈 없이 하겠다는 유능함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에는 정쟁에 시간을 쓰지 않고, 뒤로 가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제대로’에는 부동산과 취업 문제 등 정책 현안을 이 후보가 앞장서서 해결해 국민에게 효능감을 보여주겠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한다.



특히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새 슬로건은 중도층이 이 후보에게 느끼는 거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중도층 확장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일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지지층에게는 있지만, 중도층에선 ‘거칠고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나를 위해’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일 선대위 홍보소통본부 총괄단장도 “국민과 거리감을 좁히는 데 좋은 슬로건이 없을까 하는 발전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새 슬로건으로 경제 대통령을 부각하는 안과 ‘국민과 함께’라는 문구가 포함된 안 등이 논의됐지만, 이 후보의 유능함을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를 위해’가 최종 채택됐다. ‘내 밥상을 위해, 이재명’ ‘내 출근을 위해, 이재명’과 같은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가능성도 고려됐다고 한다.

슬로건 교체에는 기존 문구인 ‘이재명은 합니다’가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출마선언 이후 ‘이재명은 합니다’를 사용해 왔다. 이 후보의 역량과 추진력을 강조하는 간명한 슬로건으로 호평받았지만, 동시에 중도층 사이에선 ‘국가 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정 총괄은 “‘이재명은 합니다’는 기존의 후보 이미지인 강함, 실천력 등을 나타내지만 친근함과 겸손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국민 한사람 한사람 입장에선 ‘너 똑똑해’가 아니라 ‘이런 효능감을 줄 거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선 새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왔다.

선대위 소속 한 의원은 “실용성과 효용감을 강조하는 차원이라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후보의 장점을 드러낸다고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제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오히려 ‘합니다’와 비슷한 맥락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시간이 지나면 슬로건이 자리잡을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이재명은 합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듯 더 좋은 슬로건이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